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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3사건 다룬 게임 내년 3월 나온다…“선ㆍ악 구분 않고 판단은 게이머의 몫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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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3사건 다룬 게임 내년 3월 나온다…“선ㆍ악 구분 않고 판단은 게이머의 몫으로”

입력
2020.08.19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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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ㆍ3사건을 다룬 게임 '언폴디드: 동백이야기'를 개발 중인 김회민(오른쪽)ㆍ정재령 코스닷츠 공동대표가 12일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게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제주 4ㆍ3사건을 다룬 게임 '언폴디드: 동백이야기'를 개발 중인 김회민(오른쪽)ㆍ정재령 코스닷츠 공동대표가 12일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게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국가폭력으로 인한 고통과 노력에 사과드린다.”

지난 2018년 ‘제70주년 4ㆍ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이런 일도 있었구나’ 싶었다. 그런데 마침 들른 서점에서 우연히 ‘순이삼촌’이란 제목의 책을 집었다가 충격을 받았다. 순이삼촌은 1949년 1월 제주에서 있었던 양민학살을 주제로 한 제주 출신 작가 현기영의 소설이다.

코스닷츠 김회민 공동대표는 내년 3월 PC게임으로 출시될 ‘언폴디드: 동백이야기’의 개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나름 ‘역사덕후’라고 생각해왔는데 유럽ㆍ서양사는 잘 알면서 그간 우리나라의 아픔은 몰랐다는 게 부끄러웠어요. 게임을 통해 많은 이들이 4ㆍ3사건의 의미를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동백이야기는 1948년 제주에서 주인공 ‘동주’와 친구들이 4ㆍ3사건을 겪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어드벤처 게임이다. 2018년 ‘언폴디드: 오래된 상처’, 2019년 ‘언폴디드: 참극’에 이어 4ㆍ3사건을 다룬 세 번째 게임으로 이전작보다 서사적 완결성을 높이고, 역사적 고증을 더했다. 참극은 지난해 독립게임어워드,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에서 여러 상을 받았다.

지난 12일 서울 광진구에 있는 코스닷츠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역사의 해석은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4ㆍ3사건으로 죄 없는 시민들이 희생됐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며 “동백이야기는 무고한 시민들이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다룬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토벌대에 의해, 무장대에게 희생된 사람도 있어 누가 더 잘못했는지 선ㆍ악 구분은 하지 않으려 했어요. 사실 그대로를 전달하고, 그에 따른 판단은 게임한 이들의 몫으로 남겨두고자 했습니다.”

게임 내 ‘역사사전’을 별도로 만든 것도 “4ㆍ3사건을 올바르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역사사전은 게임 속 이야기의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는 장치다. 제주 의귀리 마을이 전소돼 동주가 대피하는 과정에서 ‘해당 마을을 불태운 토벌대가 실제 누구였다’고 알려주는 식이다. 김 대표는 “게임이란 장르 특성상 역사 사건을 그대로 전달하지 못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오해를 살 수 있어 역사사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제주4ㆍ3범국민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당시 제주의 문화와 풍습, 언어도 최대한 재현하려 했다. 게임은 ‘포인트 앤 클릭’ 방식으로 진행된다. 컴퓨터 마우스를 클릭해 주변 사물을 집거나, 다른 캐릭터를 클릭해 대화하는 등 마우스 하나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지난달 진행한 크라우드 펀딩 목표금액(600만원)을 불과 2주 만에 조기 달성한 건 게임 개발의 큰 동력원이 됐다. 크라우드 펀딩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 대중에게 자금을 모으는 방식. 정재령 공동대표는 “다른 게임들은 10~20대 위주로 펀딩이 이뤄지는데 동백이야기는 30~40대가 펀딩에 주로 참여했다”며 “동백이야기의 가치에 의미를 두고, 4ㆍ3사건을 잘 알려달라는 뜻으로 후원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동백이야기는 한국어와 역사적 한국어,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독일어 등 6개 언어로 출시된다. 역사적 한국어는 4ㆍ3사건 당시 제주도민과 토벌대 군경이 서로 의사소통하기 어려웠던 게 또 다른 갈등 장치가 됐다는 점에 착안한 설정이다. “오름에 현호 만나러 가려고요”라는 동주의 말을 역사적 한국어로 설정하면 제주 방언인 “오름에 현호 안티 감쑤다”로 바뀐다.

코스닷츠는 “사회성에 흥미까지 더한, 지속가능한 게임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일본 포경산업 등을 다룬 게임 제작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김 대표는 “좋은 의도의 게임도 재미가 없으면 흥행이 안 되고, 팔리지 않는 게임은 선의(善意)를 전달할 수 없다”며 “게임의 본질인 재미와 사회적 의미가 균형 잡힌 게임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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