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벽인광(鑿壁引光). 벽을 뚫어 빛을 끌어온다는 뜻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봉쇄령을 내리던 지난 3월, 소득의 80%를 수출입에 의존하는 한국의 기업인들은 말 그대로 벽을 두드리는 마음이었다. 닫힌 국경을 열고 하늘길을 뚫어야만 내일을 논할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어 출구를 찾는 심정으로 외국 정부와 협상을 벌였고, 철저한 방역을 전제로 우리 기업인이 해외 사업장으로 가는 문이 열렸다.
지난 4월, 중소ㆍ중견 기업인들이 베트남으로 떠나는 특별 전세기를 환송하러 인천공항을 향했다. 베트남 지사에 합격했으나 출국이 막혀 하늘만 쳐다보던 신입사원, 베트남에 쇼핑몰을 열러 가는 스타트업 직원, 현지 공장 생산라인 점검이 시급했던 중견기업 임원 등 340명의 탑승객들은 340개의 사연을 들고 있었다.
이제는 입국 대상국이 18개국으로 확대되었고, 1만8,000여명의 기업인이 코로나19 감염 없이 안전하게 해외 사업장을 찾을 수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필수 인력 이동을 우리는 일궈냈다. 이 과정에서 먼저 방문한 기업인들이 출입국과 현지 적응 경험을 정리한 매뉴얼을 만들어 뒤따라오는 분들에게 물려주고 있다고 한다. 정보 공유와 집단 지성으로 글로벌 팬데믹을 헤쳐 나가는 국민의 힘을 보는 듯하다. 이에 정부는 경제단체, 항공사와 함께 지난 14일 '기업인 출입국 종합지원센터'를 열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외국의 입국 정책과 우리의 출입국 지원제도를 종합적으로 안내하고, 건강 상태 확인서, 전세기 등 기업인 출입국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우리 중소ㆍ중견 기업인들의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소강 상태가 지속되던 우리나라도 확진자가 증가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확신한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한국은 방역과 경제 양쪽에서 가장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구축한 생활 방역 시스템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냈다. 한국이 철두철미한 방역을 기반으로 경제 활성화를 이뤄나갈 수 있음을 자신하는 이유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그의 역작 '총, 균, 쇠'에서 전염병이 인류 역사를 바꿔왔으며 인적, 물적 교류가 문명 발달의 핵심 요소라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처럼, 21세기 인류는 또 다른 전환점에 서 있으며 새 역사는 전염병을 극복하고 교류를 주도하는 자의 것이다. 국민은 코로나19 방역에 앞장서고, 기업인들은 하늘길을 안전하게 오가며 글로벌 경기 회복을 앞당겨 나가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포스트코로나 시대 인류 문명사의 모범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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