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측이 지속적으로 인사이동을 요청했는데도 결국 비서실장에 의해 묵살 당한 정황이 담긴 대화내용을 공개했다. 앞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방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전직 비서실장들이 잇따라 "피해자에게 피해호소나 인사이동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한 정면 반박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는 17일 입장문을 내고 "서울시 관계자들의 증거인멸과 역대 비서실장들이 언론을 통해 증언자의 증언을 가로막는 행위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피해자와 서울시 관계자들 사이에 오간 텔레그램 대화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이날 방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오성규 전 비서실장이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객관적 근거를 통해 확인된 바가 없다"며 고소인 측을 비판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공개한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보면, 피해자인 전직 비서 A씨는 김주명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현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과 오성규 전 비서실장(2018년 7월~ 4월 6일 근무) 재임 시절 인사부서에 여러차례 부서를 옮겨달라고 요청한 내용이 담겨 있다.
2017년 6월 A씨는 인사과장과의 면담 후 직장 상사에게 "(2018년) 1월까지는 있게 될 것 같다" "그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인사과장님이) 시장님 설득시켜주시고 꼭 ○○과로 보내주신다네요"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상사는 "1월엔 원하는 곳 꼭 보내드리도록 하겠다. 맘 추스르시고 화이팅"이라고 답했다. 이 상사는 같은 날 A씨에게 "본인(인사과장)이 쫓겨나더라도 무조건 A씨 ○○과 보내주고 간대요"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A씨의 인사 이동 요구는 오 전 비서실장 재임시절인 2019년에도 이어졌다고 피해자 측 지원단체는 주장했다. A씨가 상사와 2019년 6월 나눈 대화내용을 보면, 한 상사는 A씨에게 "이번엔 꼭 탈출할 수 있기를"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단체는 이에 대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그간 비서실 근무가 강요돼 왔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인사이동 요구가 비서실장에 의해 묵살된 정황이 담긴 내용도 공개됐다. 2017년 10월 A씨는 인사담당 직원(주임)에게 "워크샵에서 실장님께서 남아주면 좋겠다고 하신 상태라 고민이 많이 되는 상태에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이날 성추행 방조 혐의로 피고발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오성규 전 비서실장이 "오히려 A씨에게 전보를 제안했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내용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단체는 “2018년 박 전 시장이 피해자의 전보요청 문서를 불승인했고, 오 전 비서실장은 인사담당 직원에게 ‘시장님 의중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란 말이야'라는 말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시청 6층 관계자들이 마치 자신들이 먼저 피해자를 인사이동시키기 위해 작성한 문건인 것처럼 6층 고위직의 방어를 위해 언론에 공표한 바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 조사를 받은 김주명 전 비서실장도 "(피해자로부터) 성추행에 대한 피해호소를 들은 바가 없다"며 오 전 실장과 같은 취지의 주장을 폈다. 경찰은 조만간 같은 혐의로 고발된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다른 전직 비서실장과 전·현직 서울시 부시장도 소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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