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신데렐라 '탐'(8.19)
민담이나 설화 전설 동화는 진화하는 유기체처럼 시공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서사의 원형. 즉 DNA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그 보편성과 영속성이 섬뜩할 때도 있다. 권선징악의 찬란한 광채로 감춰 온, 아니 정당화해 온 인간성의 저열한 성향이 드러날 때 그렇다. 이야기의 주된 소비층이 어린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더 두렵다. 세계인권선언과 근대 민권법 정신을 기준 삼아 부분 혹은 전면 개작해야 할 전래 동화는 의외로 많다. 아예 폐기하는 게 나을 듯한 것도 있다.
17세기 프랑스 동화작가 샤를 페로가 '교훈이 담긴 옛날 이야기'라는 모음집에 처음 수록해 불후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신데렐라' 이야기는, 사실 인류의 거의 모든 언어권이 공유하는 대표적 권선징악 서사다. 9세기 중국의 민담집에도 나온다는 계모와 이복자매의 학대- 선량한 소녀의 복수 서사는 한국어 버전으로는 콩쥐팥쥐 이야기다. 베트남어판 '탐과 캄 이야기(Tam and Cam's Story)'는 다양한 '신데렐라 버전' 중에서도 특히 섬뜩하다.
계모와 배다른 동생 '캄'의 심술과 학대 속에 고난을 겪던 주인공 '탐'은 자비의 신을 만나 출중한 미모를 얻게 되고, 왕의 눈에 들어 왕비가 된다. 탐의 영화를 시샘하던 캄은 '어떻게 하면 언니처럼 백옥같은 피부를 가질 수 있느냐'고 묻고, 탐은 '끓는 물에 몸을 담그면 된다'고 답한다. 욕망에 눈먼 캄은 그렇게 목숨을 잃고, 탐은 캄의 익은 살을 베어 고깃국이라며 계모를 대접한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계모도 혼절해 목숨을 잃는다.
탐과 캄 이야기는 한동안 베트남 초등학교 문학교과서에 수록됐다가 논란 끝에 뒷부분이 수정됐다. 개작 버전에선 계모가 친딸의 살을 먹지는 않는다. 하지만 탐의 냉혹한 복수와 악의 심판은 거의 온전히 남아, '카르마(Karma, 업보)의 중함'을, '개인 및 사회 윤리의 중요성'을 어린 아이들에게 일깨우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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