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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지난 2월 신천지교회가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가 되었을 때 '이단이니까'라고 생각한 이들이 많았다. 전국 어디서나 예배와 소모임을 갖고 거주까지 함께하는 밀접 접촉 환경, 신천지 신도임을 감추는 습관, 부정확한 신도 명단 제공 등이 하나같이 방역에 걸림돌이었다. 교주인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은 "(코로나는) 신천지의 급성장을 저지하고자 일으킨 마귀의 짓"이라고 황당한 주장을 했다. 시민들은 공동체 안전을 위협하는 이단적 행동에 분노했다.
□ 사랑제일교회의 방역 방해는 훨씬 노골적이다. 행정명령을 어겨가며 예배와 행사를 지속한 데 이어 확진자가 속출하는 중에도 15일 광화문 집회에 몰려갔다. 담임목사인 전광훈 목사는 집회에서 "나를 못 나오게 하려고 바이러스를 우리 교회에 갖다 부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증상을 호소하는 교인에게 교회 목사는 "보건소에 가면 무조건 확진 판정이 나오니 병원 가서 약 먹고 버텨라"고 종용하기까지 했다. 검진 대상 4,000명 중 600여명은 연락이 안 되고 있다.
□ 그러니까 교리적 이단 여부는 문제가 아니었다. 대형 교회들이 신도 세력을 유지 강화하기 위해 엉뚱한 적을 겨냥하는 반신앙적 목회활동이, 비합리적이고 반지성적인 맹신이 문제다. 이로 인한 '코로나 2차 대유행'의 피해는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에서 관련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도, 이단 아닌 주류 권력인 사랑제일교회는 "당국의 코로나 검진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적극 반박ㆍ저항하고 있어서다.
□ 검찰은 17일 전 목사가 보석 조건을 위반했다며 법원에 보석 취소를 청구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16일 자가격리 위반, 교회 출입명단 누락 및 은폐, 역학조사 방해 행위 등을 이유로 전 목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전 목사가 자가격리자 통보를 받고도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고, 교회 출입자 명단에서 본인 이름을 누락했다는 이유다. 사랑제일교회의 반사회성은 이제 사법적 제도로 통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계는 이를 어떻게 자정하려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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