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시장 향후 2~3년 중대고비?투자 키우고 기술력 높여야

한국이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세계 선두를 지키려면 향후 2∼3년간 차세대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은 LG화학(위), 삼성SDI(아래 왼쪽),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각 사 제공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선 향후 2~3년간 투자와 함께 차세대 기술력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제2의 반도체'로 지목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현재 한ㆍ중ㆍ일 3국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 우리나라가 초반 주도권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17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한ㆍ중ㆍ일 배터리 삼국지와 우리의 과제'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16년 150억 달러(17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388억 달러(40조1,300억원)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규모는 연평균 25%씩 성장, 2025년이면 1,600억 달러(19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성장이 정체된 상태인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같은 해 1,490억 달러 규모로 예측된다. 5년 이후엔 한국의 주력 수출품이 반도체에서 배터리로 바뀔 수 있단 얘기다.
실제 우리나라의 해당 품목 수출도 2014~19년 연평균 12.8%씩 늘어나면서 지난 해엔 46억8,300만 달러(5조5,610억원)를 기록했다.
최근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의 기세는 말 그대로 수직 상승세다. 지난 2016년 9.5%에 머물렀던 우리나라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글로벌 10대 제조사, 출하량 기준)은 올해엔 34.5%까지 급증했다. 반면, 올해 감소세로 돌아선 중국은 32.9%로 한국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향곡선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은 올해 26.4%에 머물렀다.
눈에 띄는 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결과적으로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한ㆍ중ㆍ일 3국의 영향력은 더 확대됐다는 점이다. 실제 3국의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합계는 4년 전 71.2%에서 올해엔 93.8%까지 늘었다.
이에 따라 향후 3국의 배터리 각축전이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내다본 보고서에선 △배터리 단가 하락 △글로벌 합종연횡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시장 진출(수직 계열화) 등을 경쟁 심화 요인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특히 앞으로 2~3년이 배터리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점쳤다. 보고서는 "중장기적으로는 경쟁력 있는 5개 미만의 업체가 시장을 독점 또는 과점하는 형태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며 "핵심 경쟁력을 선점하지 못하면 시장 점유율이 후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소재 원천 기술은 한ㆍ중ㆍ일 3국이 엇비슷한 만큼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특허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관측됐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것으로 기존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충전용량과 안전성을 개선할 수 있어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분야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고서는 과거 LCD 분야의 경우 특허 수에서 중국에 추월당한 뒤 시장 점유율 1위를 빼앗긴 사례를 언급하며 소재 기술의 특허와 상용화에 대한 정부 관심도 촉구했다. 이 밖에도 리튬, 니켈 등 원자재의 안정적 확보와 전기차 충전소와 같은 인프라 확충, 전ㆍ후방 산업의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대응, 혁신을 선도하는 생태계 구축 등도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손창우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최근 우리 배터리 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면서 "향후 2~3년 내 급격한 시장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 뿐만 아니라 산·관·학의 집중적인 협력체계 구축도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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