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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싣고 오간 복지시설 18년…"표정 없는 아이들 눈에 밟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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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싣고 오간 복지시설 18년…"표정 없는 아이들 눈에 밟혀서"

입력
2020.08.17 17:32
수정
2020.08.17 17:5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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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 숨은 미담 발굴하는 '세븐히어로'
장애인 복지시설 봉사활동 한영자씨 대상 선정
100여 차례 헌혈, 국악공연 재능기부 사례도

17일 세븐일레븐이 아름다운 선행을 펼치고 있는 우리 주변 숨은 영웅들을 찾아내 시상하는 '제1회 세븐히어로'에 선정된 한영자(왼쪽에서 세번째)씨와 이영애(왼쪽에서 다섯번째)씨가 최경호(가운데) 세븐일레븐 대표이사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세븐일레븐 제공

17일 세븐일레븐이 아름다운 선행을 펼치고 있는 우리 주변 숨은 영웅들을 찾아내 시상하는 '제1회 세븐히어로'에 선정된 한영자(왼쪽에서 세번째)씨와 이영애(왼쪽에서 다섯번째)씨가 최경호(가운데) 세븐일레븐 대표이사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세븐일레븐 제공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이라 얼굴에 아무 감정이 없거든요. 그래도 안아주고, 등 두들겨주면서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고 말해요."

경기 안양시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한영자(60)씨는 매달 한 번 차량에 두유 10박스씩 싣고 인천 연수구 선학동 인천문학경기장 뒷골목에 있는 장애인 복지시설 '평화의집'으로 향한다. 한씨가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 그의 나이는 43세였고 지인 5, 6명도 함께였지만 각자 삶의 짐이 무거워 이제 환갑이 넘은 한씨가 홀로 다닌 세월이 10년이다.

평화의집은 1세 아이들부터 성인까지 중증 장애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복지시설이다. 2003년 한씨가 처음 방문했을 때 평화의집은 연수동 산골짜기 쓰러질 듯한 가건물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재개발 사업 때문에 지금의 선학동 자리로 옮겨왔다. 그는 "처음 갔을 때 자폐증이 심해 장롱을 다 긁어 파서 손이 찢어져 피가 나는 아이들을 보고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아이들 목욕과 빨래, 청소, 산책하는 일까지 도맡아 해 오다 12년 전부터는 두유를 비롯한 물품 후원도 시작했다.

지금 한씨는 편의점을 운영 중이지만 같은 자리에서 동네 슈퍼마켓을 운영하다 세븐일레븐으로 간판을 바꿔 단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 구멍가게 살림살이와 봉사활동을 꾸준히 병행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생활비가 모자라면 차에 싣는 상자 속 물건들도 조금씩 바뀌곤 했지만 두유만큼은 빼지 못했다. "아이들 잇몸이 성치 않아서 딱딱한 걸 못 먹거든요"라며 두유를 챙기는 이유를 말한 그는 "사정이 괜찮을 땐 바나나도 챙겼는데 5, 6년 전부터는 빠듯해서 두유만 챙기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큰 도움도 아니다"며 부끄러워했지만 한씨가 지금까지 후원한 물품만 약 3,000만원에 달한다.

이제 한씨는 평화의집 아이들과 같이 나이를 먹는 기분이라고 한다. 그는 "다니는 동안 하늘나라로 보낸 아이들도 있지만, 아기 때 봤던 친구들이 이제 청년, 아가씨가 다 됐다"고 했다. "그만 두려 해도 아이들 얼굴이 눈에 밟혀서 못 그만둔다"는 한씨는 "건강하게 살아주길 바라며 저도 더 힘을 내서 돕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씨의 나눔 활동은 최근 세븐일레븐이 우리 주변의 숨은 영웅들을 찾아내는 '세븐히어로'에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17일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제1회 세븐히어로'로 한영자 안양한일점주와 함께 100여차례 헌혈을 한 주정완(33) 전남 화순고점 점주가 최우수, 13년 동안 요양 시설을 다니며 국악공연 재능기부를 펼친 이영애(66) 인천 강화후포항점 점주와 아동보호, 치매노인 구호활동 등으로 경찰청장 감사패도 받은 박미숙(51) 경남 창원사림부일점 점주가 각각 우수 세븐히어로로 뽑혔다.

세븐일레븐은 점포 경영주, 협력사, 직원 등의 사연들을 응모 받아 임직원 등의 블라인드 심사와 투표를 거쳐 한씨 등 총 4명의 점주를 1회 세븐히어로로 선정했다. 세븐일레븐은 이번에 처음 시작한 세븐히어로 제도를 앞으로 상반기와 하반기 연 2회 정기적으로 진행해 숨은 미담 사례를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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