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비상사태"... 복원 수십년 걸릴 듯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던 인도양 남부 모리셔스 해역에 좌초돼 기름 유출 피해를 일으킨 일본 선박이 결국 두 동강 났다.
모리셔스 국가위기관리위원회는 1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오후 4시30분쯤 선체 앞부분이 분리됐다"고 밝혔다. 모리셔스 해양부의 알랑 도나 실장은 현지 매체 르모리시앙에 "앞부분을 매우 천천히 예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체 뒷부분은 사고 장소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 전문가 수닐 코르와카싱은 드론 영상을 확인했다며 "아침부터 해안가를 따라 경비가 강화됐다. 완전한 비상사태"라고 전했다. 탈 해리스 그린피스 아프리카지부 조정관은 당국이 사고 지역을 '금지 구역'으로 설정하고 자원봉사자들에게 활동 중단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모리셔스 당국은 지난주 환경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일본 3대 해운사인 쇼센미쓰이(商船三井)의 화물선 '와카시오호'는 지난달 25일 중국에서 브라질로 향하던 중 모리셔스 남동쪽 산호초 바다에서 좌초했다. 이 사고로 약 1,000톤의 원유가 새어 나와 모리셔스 바다가 심각하게 오염됐다. 해운사 측은 지난 13일 사고 선박에 남아있던 원유 3,000톤을 제거하는 작업을 거의 다 끝냈다고 밝혔지만, 현재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모리셔스는 아름다운 해양생태계의 본고장으로, 생태보호지역으로 지정된 토종 새와 동식물이 사는 작은 산호섬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산호 생태계를 앞세운 관광업이 모리셔스 국내총생산(GDP)의 20%를 담당하고 있어 국가 경제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피해 복원에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모리셔스 출신 환경운동가 알렉스 렁페르나는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에서 "내가 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황폐해지고 있다"며 "이번 유출 사고는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을 파괴했을 뿐만 아니라 물고기와 새, 산호에 의존해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독살한 셈"이라고 통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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