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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대 졸업생 해리스

입력
2020.08.16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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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카멀라 해리스 미 상원의원이 지난해 6월 1일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지역 민주당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 상원의원이 지난해 6월 1일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지역 민주당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해 개봉한 ‘어스(Us)’는 우화 같은 공포영화다. 지상 사람들을 복제한 듯 똑 닮은 지하세계 사람들이 세상을 전복하려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미국의 역사가 지배층의 피지배계층에 대한 착취로 이뤄졌다고 에둘러 비판한다. 제목은 ‘우리’를 뜻하면서도 미국(US)을 의미한다. 여러 상징적 장면이 등장하는데, 남자주인공 아브라함(윈스턴 듀크)이 입은 하워드대 티셔츠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하워드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고등교육을 위해 1867년 설립됐다. 사립이지만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흑인 명문 대학으로 성장했고 한때 ‘블랙 하버드’라 불렸다. 인종에 따른 입학 제한은 없지만 아프리카계 학생이 80%를 넘는다. 이들은 학교 생활을 통해 흑인의 삶을 되돌아보고 사회 중심부로 진출한다. ‘어스’의 하워드대 티셔츠는 흑인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각별하면서도 중산층인 아브라함의 사회적 위치를 암시한다.

□하워드대가 배출한 유명인 중 한 명이 영화배우 채드윅 보즈먼이다. 흑인 슈퍼히어로가 주인공인 첫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블랙 팬서’(2018)에서 흑인 왕국 와칸다의 군주 티찰라(블랙 팬서) 역을 맡았다. 하워드대 출신 보즈먼이 연기하는 블랙 팬서는 흑인들에게 강렬할 수 밖에 없다. 보즈먼은 스파이크 리 감독의 최신작 ‘Da 5 블러드’(2020)에선 지식과 혜안으로 베트남전 흑인 병사들을 이끄는 분대장으로 짧게 출연한다. ‘블랙 팬서’로 만들어진 흑인 영웅 이미지를 활용한 셈이다.

□미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의해 러닝메이트로 선택된 카멀라 해리스 미 상원의원도 하워드대 출신이다. 해리스의 아버지는 자메이카 이민자로 스탠퍼드대 교수였고, 어머니는 인도 출신 암 연구자였다. 해리스는 부모 영향으로 고등학교까지 백인들이 대다수인 학교를 다녀야 했다. 해리스는 '흑인 학생들에게 둘러싸이고 싶어' 하워드대를 진학해 흑인 정체성을 다졌고 사회운동에 눈떴다. 그가 첫 흑인, 첫 여성 부통령이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컬럼비아대와 하버드대에서 공부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는 또 다른 변화가 있지 않을까.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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