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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마주 앉겠다"는 문 대통령...日 성실히 응하라

입력
2020.08.17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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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 야스쿠니 참배ㆍ과거사 뒷걸음
광복회장ㆍ반기문 성명으로 얼룩진 광복절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원만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일 메시지는 "대화와 협력"을 강조한 지난해 경축사와 결이 같지만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법의 원칙"을 지키는 "인권 존중" 노력 등 우리 정부의 관계 개선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는 위안부 협상의 사실상 파기와 2018년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으로 악화일로였다. 일본은 징용 문제 해결을 압박하기 위해 수출 규제라는 무리수까지 두었지만 일본제품 불매 운동 등 우리 국민의 저항만 불렀다. 그 사이 정부 간 대화 노력이 없지 않았으나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보다 차이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양국의 불신은 코로나 확산으로 왕래마저 단절되면서 정치외교만이 아니라 시민사회에서도 깊어지고 있다. 해결의 열쇠를 정치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양국의 지도자가 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 정부가 원칙을 지키면서 일본을 납득시킬 대안을 갖지 않은 채 대화만 강조한다면 공염불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반일, 친일로 양분돼 헐뜯고 비난하는 분위기만 커지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광복회장의 광복절 경축사는 너무 신랄하다고 볼 대목이 없지 않으나 이를 두고 미래통합당 일부에서 "국민을 상대로 칼"을 겨눈다며 "파직" 운운할 것도 아니다. 친일 논란 때문에 그러지 않아도 국론 분열에 이용되는 백선엽 장군을 광복절에 소환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마찬가지로 경솔했다. 과거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국민 통합은 물론이고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해서도 불필요하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의 태도 변화이지만 아베 정권에서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안타깝다. 15일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4년 만에 처음으로 그것도 현 아베 정권 출범 이후 가장 많은 장관들이 참배했다. 그러지 않아도 과거사 반성에 소극적이던 아베 총리는 이날 전몰자 추도사에서 아예 "역사"라는 말을 삭제하고 재무장을 뜻하는 "적극적 평화주의"를 강조했다.

"대화가 중요하다면 구체적인 해결안을 보여 달라" "피해자 중심주의를 내세워서는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는 일본 당국자들의 책임 전가 태도도 변함없다. 강제징용 문제는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해결됐으므로 배상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으니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이야기만 반복하는 셈이다. 식민 지배 체제에서 훼손된 "개인의 존엄"을 외면하고는 더이상 한일 관계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일본 정부가 늦기 전에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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