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도 가세 "김원웅 발언 다분히 정치적"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 통합의 계기가 되어야 할 75주년 광복절이 '편 가르기 정치'로 얼룩졌다. '친일 인사 국립현충원 파묘' 등을 시사한 김원웅 광복회장의 광복절 기념사를 놓고 여야가 맞붙었다. 미래통합당은 "여권이 광복회를 사유화한다"고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은 친일파 대변자냐"고 각을 세웠다.
발단은 15일 김 회장의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였다. '친일 청산'을 거듭 강조한 김 회장은 이승만 대통령을 '이승만'으로 호명했고,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을 '민족 반역자'라 지칭했다. 아울러 김 회장은 "친일·반민족 인사 69명이 지금 국립현충원에 안장돼 있다. 우리 민족의 미래에 발목을 잡는 것은 친일에 뿌리를 두고 분단에 기생하여 존재하는 세력"이라고 지적해 '친일 인사 파묘'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통합당은 즉각 반발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언론을 통해 "황당하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친일파라고 하는 건 식에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16일 논평에서 “대한민국 독립운동정신의 본산을 사유화하는 김 회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김기현 의원은 "깜냥도 안 되는 광복회장의 망나니짓에 광복절 기념식이 퇴색돼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5일 제주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편 ,저편을 나눠 하나만이 옳고 나머지는 모두 단죄 받아야 되는 시각으로 역사를 조각내고, 국민을 편가르기 하는 시각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박수영 의원은 서울에서 열린 경축식 도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민주당은 '반일 vs 친일' 구도를 내세워 반격했다. 소병훈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수권 정당임을 자임하는 제1야당에서 '친일 반민족 행위를 청산하자'는 주장에 이리도 불편해하는 현실은 진정한 광복이 아직도 오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비꼬았다. 유기홍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통합당은 친일파들의 대변자냐"고 비판했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박주민 의원도 같은날 "회장님의 광복절 축사를 깊이 새기고 있다"며 김 회장에 힘을 실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논쟁에 뛰어들었다. 16일 페이스북에 글에서 그는 "김원웅씨의 도발적 발언은 다분히 정치적"이라 주장했다. 여권 지지율이 떨어지니 '토착 왜구' 프레임을 꺼내는 것이라는 해석에서다. 그러면서 그는 "역사와 보훈의 문제에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야 말로 역사 바로 세우기를 위해 제일 먼저 척결해야 할 구태"라며 "그런 식의 접근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동체를 통합시키는 게 아니라, 쓸 데 없는 이념논쟁으로 공동체를 분열시킬 뿐"이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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