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유아학교 명칭변경 목소리 높지만
교육부 "공공성 강화 함께 논의를" 입장 이어가
광복절 다가올 때마다 논란에도 변함 없어
“일본식 이름인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바꿔야 한다.”
75주년 광복절을 전후로 유치원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유치원은 일제강점기에 유래된 표현인 만큼 더 이상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문제제기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계속됐지만, 유치원 명칭은 바뀌긴커녕 논의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16일 오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광복 75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잔재인 유치원이라는 명칭을 유아학교로 변경해 주기를 간곡히 청원합니다’ 청원에는 7,300여명이 서명했다. 청원인은 광복절 전날인 14일 청원을 올리며 “1897년 일본인 자녀를 위한 최초의 유치원 설립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 유아교육기관은 이 명칭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치원은 독일 유아교육기관의 명칭인 ‘kindergarten(킨더가르텐)’을 일본식으로 번역한 표현이다. 청원인은 나아가 “‘수준이 낮거나 미숙하다’는 의미의 ‘유치’라는 명칭 대신 유아의 연령과 수준에 맞는 교육기관으로서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유치원 명칭 변경은 해묵은 문제다. 교육계는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해 국민학교를 1996년부터 초등학교로 변경한 것처럼 유치원 명칭도 바로잡자고 주장한다. 2009년에는 당시 이군현 한나라당 의원이 관련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사립유치원 비리가 수면위로 드러났던 2018년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이 “유치원 공공성 강화와 함께 명칭변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3ㆍ1운동 100주년이던 지난해에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교육부와의 2018~2019 본교섭 협의 안건에 이 문제를 포함시켰다. 그러나 진전은 없었다. 교육부가 “단순히 명칭만 변경을 위해 법을 개정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교육계는 그러나 정부가 보육계의 반발 탓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도 2004년 유아교육법 제정 당시 명칭변경을 추진했는데, 보육계에서 “유치원의 명칭이 ‘학교’로 바뀌면 어린이집의 원아모집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집단적으로 반대하면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후 정부가 장기적으로 ‘유보통합’ 정책을 추진해오는 과정에서 보육계의 불만을 덜기 위해 ‘눈엣가시’가 될 만한 사안을 굳이 꺼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 문제를 보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치원 명칭 문제는 내년 광복절에도 반복될 공산이 크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는 “유치원 명칭변경에 대한 교육계 각층의 요구가 지속됐음에도 정부는 여러 단체의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지부진하다”며 “일제강점기의 긴 잔재를 청산하고, 학교기관으로서의 공공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도록 유치원의 명칭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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