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광복절 75주년 소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등판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하락세로 여권의 표정이 복잡미묘한 시점에 반 전 총장이 돌연 현 정권에 각을 세우고 나선 탓이다. 그는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광복절 소회'를 빌려 국정 전반을 언급했다. 대선주자 물색에 분주한 야권을 향한 손짓이자, ‘메시지 정치’로 읽힐 여지가 큰 글이었다. 반 전 총장의 의도를 둘러싼 해석이 분분하다.
반 전 총장은 ‘광복절 75주년을 맞은 저의 소회’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리의 국운과 직결된 국제 질서가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의 변화를 뚫고 나갈 분명한 국가 목표와 유효한 전략이 잘 보이지 않아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념편향ㆍ진영중심의 국정운영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누적적으로 쌓였고, 이에 따른 국민적 분열과 사회갈등이 국력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를 직격한 것이다.
반 전 총장은 “구국의 영웅인 백선엽 장군을 떠나보내면서 정부가 보여준 태도는 보훈의 가치를 크게 폄훼시켰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하는가 하면, “우리 정치의 후진성이 5년 단임의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권력구조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차분한 마음으로 개헌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도 썼다.
정치권에선 반 총장의 글을 '정계 복귀를 염두에 둔 가시적 제스처'로 보고 있다. 그가 현 정부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을 맡은데다, 평소 노골적이기보단 유연한 화법을 구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작심 발언’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메시지가 나온 것이 여권의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해진 시점이란 점도 이런 해석을 키운다. '등판'의 적기를 찾아 정권에 각을 세우는 한편, 야권을 향해선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는 다목적 포석이란 분석이다.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백선엽 장관을 언급한 부분은 야권을 향한 메시지로 읽힐 소지가 다분해 보였다”고 했다.
그러나 반 전 총장 주변에선 손사래를 쳤다. 한 측근은 “광복절을 맞아 국가에 대한 걱정, 근현대사에 대한 단상을 풀어놓은 것일 뿐 정치적 의도는 ‘제로’에 가깝다”라며 “백 장군에 대한 부분은 특히 국가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공헌을 한 분에 대한 평소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계 복귀 가능성에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이제 정치는 정치하는 분들이 하라는 것이 반 전 총장의 요즘 입장”이라며 “연세도 있고 해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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