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이름으로 희생, 진정한 광복은 개인의 광복"
해석 여지 분분한 행복추구권…헌재는 '소극적 판단'
문 대통령 "개인의 노력에 국가, 반드시 응답하겠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바로 헌법 10조 '행복추구권'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조국의 광복에 이어 국민의 행복을 국가가 보장, 이제 개인의 광복 또한 이룰 때가 됐다고 했는데요. 정부의 목표를 '헌법 10조의 시대'라고 규정하면서 행복추구권의 의미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文대통령 "개개인의 광복도 이뤄졌나"…'헌법 10조의 시대' 천명
문 대통령은 1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민 개인의 행복'에 방점을 찍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광복을 찾았지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광복이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개인이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나라,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갖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갖는 '헌법 10조의 시대'가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라고 했는데요.
문 대통령은 광복 이후 독재정권의 억압과 국가주도 경제성장 국면을 일컬어 "국가의 이름으로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고 인권을 억압하던 시대"라고 지칭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이 국가에 예속돼 개개인의 행복은 커녕 존엄조차 보장받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뜻일텐데요.
문 대통령은 이어 현 정권을 탄생시킨 촛불집회와 함께 헌법 1조를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가장 기본적인 전제를 확인했으니, 이제 보다 적극적으로 국민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해 나가겠다는 겁니다.
해석 분분한 행복추구권…헌재는 "자유권 간섭 없단 의미" 소극적 판단
행복추구권은 1776년 미국의 버지니아 권리선언에서 '행복과 안녕을 추구할 권리'를 인간의 자연권에 규정하면서 처음 등장, 같은 해 미국 국부로 불리는 토머스 제퍼슨이 독립선언서에 규정하면서 각국 헌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작 미국 헌법에서는 빠졌지만 주별로 자체적으로 명시하고 있기도 하죠.
이 행복추구권은 해석이 가장 분분한 조항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1980년 8차 개정 때, 기본권이 억압됐던 군사정권 시절 만들어졌죠. 당시도 주관적 개념인 '행복'을 헌법상 권리로 규정하는 것에 반발이 있었는데요. 국가·사회의 침해를 받지 않을 소극적 권리냐, 행복한 삶의 실현을 요구할 수 있는 적극적 권리냐를 두고는 지금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행복추구권으로부터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 자기결정권 등의 권리가 파생된다고 판시하고 있는데요. 독자적인 기본권이라기보다는 자유권을 기반으로 각자가 생각하고 추구하는 행복이 무엇이든 개입 없이 모든 인간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게끔 보장한다는 보충적인 취지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앞서 헌재는 "헌법 10조의 행복추구권은 국민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급부를 국가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국민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활동을 국가권력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포괄적인 의미의 자유권으로서의 성격"이라며 소극적으로 판단을 명시하기도 했습니다.
文대통령은 적극적 행복추구권 강조…"그만큼 성장, 자신있다"
그러나 이번 문 대통령의 경축식 연설에서 등장한 행복추구권은 정부가 타인의 침해로부터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소극적 기능 이상으로 국민의 행복 추구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국가가 시민들의 행복 추구 과정을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는 관점이죠.
문 대통령은 애국지사는 물론 일제강점기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월계수로 일장기를 가렸던 마라토너 손기정, 대한제국 시절 하와이·멕시코로 노동이민을 떠나 돌아오지 못한 채 임시정부를 지원했던 동포들을 '개인'의 측면에서 언급하며 "나라가 국민에게 해야 할 역할을 다했는지, 지금은 다하고 있는지 우리는 물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문제와 관련해 대법원이 '개인의 불법행위 배상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뒤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되자, 피해자 이춘식 어르신이 '나 때문에 대한민국이 손해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을 되짚기도 했죠.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되어 있다"며 "한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 결코 나라에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것"이라 역설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이제 단 한 사람의 국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성장했고, 그만큼 자신감을 갖고 있다"면서 "자신의 존엄을 증명하고자 하는 개인의 노력에 대해서도 국가는 반드시 응답하고 해결방법에 대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국가라는 이름 아래 개인이 희생됐던 시대를 지나,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할 때가 됐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요. 문 대통령은 '그동안 다진 자유와 평등의 실질적인 기초 위에서, 사회안전망과 안전한 일상을 통해 저마다 개성과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한 사람의 성취를 함께 존중할 수 있는 사회'라고 궁극적인 구상을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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