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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석의 무기력과 결별하라

입력
2020.08.16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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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진
황상진논설실장

통합당, 민주당 독주에 지지율 상승
이젠 ‘무위무사’ 접고 전투력 높여야
9월 국회 때 제대로 의정 실력 발휘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 위원장이 14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방문해 시장을 살펴보고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 위원장이 14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방문해 시장을 살펴보고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에 희색이 돈다. 당은 표정 관리, 언행 관리 모드다. 대선 참패 뒤 이런 적이 있었을까. 리더십 부재와 계파 갈등에 각자도생만 만연했다. 그랬던 당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섰다. 비록 오차범위 내 차이(3.1%포인트)지만 보수 정당 지지도가 민주당을 앞서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던 2016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고무될 만하다.

그런데 개운치 않다. 드러내 놓고 “기쁘다”는 말도 못한다. 지지도 상승의 이유를 잘 알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오히려 “이렇게 무위도식해도 되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단다. 한 일도 없는데 지지율 상승이라는 큰 떡을 덥석 먹어도 되는거냐는 뼈 있는 농이다. 사실이다. 총선 이후 통합당은 한 일이 없다. 할 수도 없었다. 민주당 최고위원이 ‘가마니 전략’을 쓴다며 통합당을 비판했을 정도다.

맞다. 통합당 지지율 상승은 민주당 덕분이다. 거대 여당의 오만과 독주, 실책 연발의 영향이 컸다. 그중 부동산 실정이 일등공신이다. 정부 여당의 규제 만능주의에 청와대 참모들의 이율배반까지 겹치며 민심에 불을 질렀다. 대통령의 현실 괴리 인식도 한몫했다. 복잡한 부동산 정책은 난수표였고, 땜질 보완이 필요할 만큼 허술했으며, 기관 간 이견은 주택 공급에 믿음을 주지 못했다.

‘월세로 살라’는 정책 메시지로 내 집 마련 꿈에 찬물을 끼얹고 자산가치 증대 욕구를 잡으려 한게 화근이다. 중산층은 세금 부담 증가에 질려 버렸고, 청년층은 치솟는 청약경쟁률에 탄식만 내뱉고 있다. 전세 품귀 현상에 월세살이 전락 공포증이 퍼지고 있다. 민주당 지지 요소가 어디 있나.

통합당의 고민은 이쯤에서 시작할 것이다. 민주당을 떠난 민심을 통합당 집토끼로 만들어야 정권을 되찾을 기회를 엿볼 수 있다. 그러려면 민심의 요구가 반영된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입법으로 실현해야 한다. 한데 의석수가 고작 103석이다. 176석 민주당은 개헌 빼놓고 다 할 수 있다. 국회 내에서 통합당 존재감은 제로다. 그러니 저 지지율도 내일 사라질 신기루처럼 보이는 거다.

김종인-주호영 투톱 체제의 통합당은 총선 전과 많이 달라졌다. 지난주 새 정강정책을 발표하며 변화와 쇄신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기본소득, 양성평등, 노동자 보호 등 진보의 전유물이던 가치와 개념이 포함된 걸 보면 변화 의지가 상당해 보인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공식 사과와 호남지역 다가서기, 태극기 부대와 거리두기 등도 과거 강경 보수와의 결별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제1야당으로서 ‘전투력’을 갖추는 일이다. 국회 밖에서의 당 체질 변화는 전채 요리일 뿐, 메인 요리는 아니다. 정당의 전쟁터는 국회이기 때문이다. 의석수 적다고 지레 자포자기하며 할 일을 하지 않거나 못하는 정당에 국민이 표를 줄 리 없다. 무능보다 나쁜 건 상황 탓, 환경 탓 하며 무위무사(無爲無事) 상태로 지내는 것이다. 통합당이 경계하고 배격할 일이다.

‘윤희숙 효과’에 주목했다면 통합당은 9월 정기국회를 과거와 180도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정감사, 예산안 심의는 통합당의 변화와 쇄신, 실력을 검증할 본격 시험대가 될 것이다. 거대 여당과 정부를 향해 고함만 치지 말고 국민을 보고 ‘팩트의 힘’을 제대로 보여 준다면 얼마든지 국회 안에서도 통합당이 위력을 발휘할 공간이 생기고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을 윤희숙 효과는 깨닫게 했다. 지금부터라도 밤새워 정부 정책을 분석해 허점과 맹점을 찾아내고, 현장을 찾아 직접 목소리를 들으며 정책 대안을 발굴해야 한다. 협치는 민주당만 이롭게 한다는 편협한 자세는 버리고 대승적 차원의 선 굵은 정치로 국민에게 다가서라. 그것이 통합당이 가야 할 길이다.

황상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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