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환자 불편, 병원 손해 고려해야"
일부 대학병원선 응급실 내원 소폭 증가
"아침 일찍부터 나와 계신 환자분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파업을 합니까?"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의 한 이비인후과 의사는 14일 오전 10시에 맞춰 진료실 문을 활짝 열었다. 대기실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던 환자들도 순서대로 진료실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문 연 지 5분도 채 안 돼 안내 데스크부터 주사실까지 분주해진 의원의 풍경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대한의사협회가 예고한 집단 휴진일인 14일, 동네 병ㆍ의원의 참여율이 크게 높지 않아 우려했던 의료 공백 현상이 당장 발생하지는 않았다. 이날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영등포구 당산역과 마포구 공덕역 등 서울 시내 주요 지역 병ㆍ의원들은 대부분 평소와 마찬가지로 병원 문을 열고 진료를 이어갔다. 지역마다 편차가 있긴 하지만 본보 기자들이 찾아간 서울 도심의 병ㆍ의원 10여곳 중 파업 등을 이유로 문을 닫은 곳은 한 곳에 불과했다.
이날 집단 휴진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들은 환자들의 불편과 병원이 입을 유무형의 손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당산동의 한 산부인과 관계자는 "평소에도 예약이 많아 한 번 취소되면 일주일 넘게 기다려야 하는데, 병원 손해는 둘째 치고 환자들의 피해가 너무 커진다"고 설명했다.
동네 병원들이 대부분 정상 영업을 하면서 시민들이 불편함을 겪는 사례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신공덕동의 한 어린이 병원을 찾은 김모(40)씨는 "첫째를 키울 당시인 2014년 의료 영리화 반대 파업 때는 맘카페에서 정상영업 병원 리스트까지 뽑았다"며 "반면 이번에는 따로 찾아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병원들이 문을 많이 열었다"고 말했다. 공덕동 내과를 찾은 박모(45)씨 역시 "파업 소식에도 불구하고 동네 거의 모든 병원이 영업을 하는 듯 해 진료를 받기 편했다"고 했다.
정부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으로 사전에 휴진을 신고한 의원급 의료기관은 전국 3만3,836곳 가운데 1만584곳(31%)이었다. 집단 휴진 비율이 높은 일부 지역에서는 부분적으로 의료 공백이 나타나기도 했다. 동네 의원 2,394곳 중 43%인 1,040곳이 휴진해 가장 높은 파업 참여율을 보인 부산은 휴가철까지 겹치며 병원 밀집 거리 일대가 한산했다. 병원을 찾았다가 헛걸음하는 부산 시민들도 일부 목격됐다.
반면 일선 병ㆍ의원과 달리 일명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수도권 소재 대형병원 전공의(레지던트)들의 파업 참여율은 높았다. 서울아산병원은 전공의의 약 90%, 삼성서울병원은 약 70%가 집단 휴진에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 대형병원들은 집단 휴진을 예상하고 인원 조정 등 사전조치를 해, 진료에는 차질이 없는 상태다.
일부 병원이 집단 휴진에 참여한 여파로 대학병원 응급실에는 평소보다 많은 환자들이 찾았다. 서울대병원 응급실 측은 "원래는 오전에 평균 40명 정도의 환자가 오는데 오늘은 열 명 정도 더 찾아 오셨다"며 "소폭으로 늘었긴 하지만 의료계 파업의 영향을 받은 듯 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상 진료하는 의료기관은 시ㆍ군 보건소 또는 119에 문의하거나 응급의료 정보제공 앱과 시ㆍ군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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