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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전을 깨워줄 클래식 한 곡 어떠세요? 클래식 공연 기획사 '목프로덕션' 소속 연주자들이 '가장 아끼는 작품' 하나를 매주 추천해 드립니다.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
클래식을 좋아했던 아버지가 무심히 틀어 놓은 전축 스피커에서 슬픈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소년은 아버지에게 "지금 저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가 무엇인가요?"하고 물었다. 아버지는 "오보에"라고 대답했다. 얼마 안 가 소년은 "오보에를 배우고 싶다"고 졸랐다. 오보에 선율을 접한 뒤 며칠이고 계속 머릿속에서 그 음색이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아버지는 처음엔 소년의 뜻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버지를 설득하는데만 한달이 걸렸다. 소년이 강렬한 열의를 보이면서 아버지도 결국 악기 배우는 걸 허락했다.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오보에 수석 연주자 고관수와 오보에와의 만남은 이랬다. 고관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때만큼 강렬히 내 의지를 표현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그 어린 나이에 무엇이 나를 오보에로 이끌었는지 신기하지만, 악기에 매료된 마음만큼은 생생히 기억난다"고 말했다.
유년시절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던 그 곡은 바로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중 '정경'이었다. 노련한 오보이스트가 된 지금도 어린 시절 열망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정경' 또한 오보에 연주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대중적 선율 중 하나다.
고관수는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연주 버전을 즐겨 듣는다. 고관수는 "오보에의 음색은 노래하는 사람의 목소리처럼 서정성이 두드러진다"면서 "'정경'에 나오는 신비롭고 슬픈 멜로디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오보에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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