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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지구 합병 '일시 중단'일 뿐... 트럼프 '치적쌓기'에 혼란만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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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지구 합병 '일시 중단'일 뿐... 트럼프 '치적쌓기'에 혼란만 가중

입력
2020.08.14 10:14
수정
2020.08.1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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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서안지구 합병 관련 문구 해석 논란
트럼프는 '중단' 기정사실화하며 대선 치적 부각
네타냐후 "'연기'에 동의"... 합병 추진 의사 분명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3일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예루살렘=AF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3일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예루살렘=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이 13일(현지시간) 관계 정상화에 전격 합의했지만, 합의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팔레스타인 영토인 서안지구 합병 문제를 두고 딴 얘기가 나왔다. 중재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단'을 기정사실화했지만, 당사자인 이스라엘은 공개석상에서 합병 의지를 거듭 내비쳤다.

논란이 된 합의문의 문구는 "이스라엘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비전'에 거론돼있는 다른 지역들에 대한 주권 선언을 'suspend'할 것"이라는 대목이다. 해당 단어는 '중단'과 '유예(연기)'의 의미를 같이 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통해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합병이 사실상 중단되는 것처럼 주장했다. 이는 미국이 맹방인 이스라엘을 설득해 중동 정세를 긴장으로 몰아넣는 주요 요인 중 하나를 제거하는 것이어서 역사적인 합의 이상의 의미까지도 부여할 만하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TV연설을 통해 합의 사실을 발표하면서 "유대와 사마리아 합병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UAE와의 (외교관계) 정상화 일부분으로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의 합병을 '연기'하는 데 동의했다"면서 "(합병) 계획들은 테이블 위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땅에 대한 우리 권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결국 지난 3월 총선 공약대로 서안지구 합병을 계속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사실 트럼프 정부는 합의 발표 초기만 해도 잔뜩 폼을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계 정상화의 당사국이 아니면서도 트위터에 합의문을 전격 게재한 뒤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그는 "진실로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한껏 의미를 부여하더니 "더 많은 아랍과 무슬림 국가가 UAE를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핵심인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합병 중단 여부는 모호하게 남겨두되 이스라엘ㆍUAE 간 합의 자체를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마치 '중단'인 것처럼 몰아간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해당 질문이 나오자 "이스라엘과 그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비켜 갔다. 그러더니 난데 없이 북한을 거론하며 "내가 당선되지 않았으면 전쟁을 치렀을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및 대응 실패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며 수세에 몰리자 중동 정세 안정을 대선 치적으로 내세우려 했음을 짐작케 하는 모습이다.

백악관은 한 술 더 떴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위대한 협상가이자 해결사"라고 치켜세우더니 "역사가 위대한 중재자로 기억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는 낯뜨거운 말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화자찬은 오래 가지 못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일시 중지이자 연기일 뿐이라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뒤늦게 데이비드 프리드먼 주이스라엘 대사를 백악관 브리핑룸에 세웠다. 그는 "우리는 주권보다 평화를 우선시한다"면서도 "이것(합의문구)은 일시적인 조치이며 아직 (서안지구 합병 문제가) 테이블에서 내려가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또 이스라엘에 합병 포기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부터 서안지구 합병 논란을 매듭지을 생각은 전혀 없었음이 확인된 셈이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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