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끝판왕’ 오승환(38ㆍ삼성)의 세이브 시계는 예전만큼 빠르지 않지만 꾸준히 돌아간다.
이번 시즌 삼성에 복귀한 오승환은 6월16일 역대 최초로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를 채운 다음 지난 13일 두산전에서 아시아 야구의 세이브 역사까지 새로 썼다. 이날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팀 승리를 지키며 개인 통산 408세이브째를 수확했다. 이는 비공식이지만 일본의 이와세 히토키(은퇴)가 보유하고 있던 407세이브를 넘어선 아시아 투수 최다 세이브 기록이다.
오승환은 전성기 시절처럼 ‘돌직구’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지는 못하지만 일본과 미국을 거치며 장착한 변화구를 앞세워 삼성의 뒷문을 꾸역꾸역 지키고 있다. 기존엔 묵직한 직구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위력적이었던 오승환은 현재 직구, 슬라이더 외에도 체인지업, 커브, 스플리터 등을 구사한다.
투구 패턴의 변화는 오승환도 직접 예고한 부분이다. KBO리그 복귀 당시 그는 “해외에 진출하기 전보다 변화구 구사 비율이 조금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오승환의 직구 구사 비율은 최근 눈에 띄게 낮아졌다.
6월9일 복귀 무대였던 키움전 직구 구사 비율 80%, 6월30일 SK전 90.9%에 달했지만 7월29일 한화전부터 60%를 넘긴 적이 없다. 최근 3연속 세이브를 거둔 경기에서는 직구와 슬라이더 구사율이 비슷했고 세 번째 구종으로 그날 컨디션에 따라 커브, 체인지업, 스플리터를 섞어 던졌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구속과 투구 패턴에 변화가 많아진 게 사실”이라며 “예전에는 거의 던지지 않았던 변화구를 던지고 있는데, 타자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갖게 하려는 변화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점점 본 궤도에 올라서고 있는 오승환은 이제 또 다른 역사인 KBO리그 최초 300세이브를 향해 달린다. 2005년 4월27일 LG를 상대로 KBO리그 첫 세이브를 거둔 그는 지금까지 통산 286세이브를 쌓았다. 앞으로 14세이브를 추가하면 어느 누가 넘볼 수 없는 300세이브 고지를 밟는다. 현재 오승환의 기록을 넘어설 후보는 안 보인다. 오승환에 이어 최다 세이브 2위인 손승락(전 롯데)은 271세이브로 은퇴했다. 현역 선수 중 1위는 정우람(한화)으로 173세이브다.
오승환의 대기록은 빠르면 올 시즌 내에 볼 수 있다. 13일까지 81경기를 치른 삼성은 63경기를 남겨놨다. 하지만 오승환은 묵묵한 성격처럼 대기록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다. 13일 아시아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운 그는 “기록 달성도 기분 좋지만 팀 승리가 더 기쁘다”며 “앞으로 더 많은 팀 승리를 지키고 싶다. 자주 등판했으면 좋겠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