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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총선 후 여성·20대 정의당 입당…홀로서기 시작됐다"

입력
2020.08.13 18:00
수정
2020.08.14 09:5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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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의 질문]정의당 혁신안 공개한 장혜영 혁신위원장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희원 한국일보 논설위원을 만나 혁신안 내용과 정의당의 나아갈 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희원 한국일보 논설위원을 만나 혁신안 내용과 정의당의 나아갈 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정의당 혁신위원회가 지난 두 달간의 논의 끝에 13일 혁신안을 마련했다. 불평등 영속화 타파, 기후위기 극복, 다양성 존중 등 6개 비전을 제시하며 강령개정을 권고했고, 청년정의당 창당 등 청년 조직화에 무게를 실었다. 당권 제도, 지도체제 등 조직 정비도 다뤘다. 이 혁신을 통해 정의당은 다시 도약할 수 있을까. 장혜영 혁신위원장을 만났다.


조국 사태, 위성정당 등 총선 평가는

-혁신안의 출발점인 총선 평가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정의당이 원내교섭단체라는 목표를 못 이뤘고 위기감도 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시 정의당의 모호한 입장, 선거법 개정과 비례연합정당 불참, 비례후보 선정 논란 등이 쟁점일 텐데, 어떻게 평가했는지 궁금하다.

“다면적 평가가 필요하다. 6석이니 실패라고 하기는 어렵다. 5년 전 마련된 정의당 강령에서 7대 비전 중 첫 번째가 정치개혁, 구체적으로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라는 목표였다. 21대 총선은 이 목표를 실현할 중요한 계기였으나 안타깝게 이루지 못한 것이다. 정치개혁이라는 목표가 잘못된 것이 아니고, 정당명부제라는 방법도 국민을 닮은 국회를 만든다는 것에 폭넓은 공감대가 있었다. 꼼수로 만든 위성정당에 참여 안 했기에 명분도 지켰다. 다만 국민을 설득해 내는 실력이 부족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정의당을 찍어달라고 설득하는 점에서 부족했다는 건가?

“명분이 있어도 소통 능력이 중요한데 일관된 소통이 부족했다. 예를 들면 조국 전 장관을 데스노트에 올릴 것인가를 놓고 지도부가 전략적 판단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만으로 정의당 정체성이 흔들렸다고 평가되는 것은 결속력이 약했다는 것 아닐까.”

-그 전략적 판단이란 선거법을 개정해야 정의당에 유리한데 그러려니 민주당과 손을 잡아야 해서 조 전 장관을 반대하지 못한 것 아닌가.

“지도부 판단은 그랬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로 이번 성적표를 받아 든 것인데 만약 우리 지지자들이 가능한 대응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렇게까지 흔들리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의당은 무슨 일이 있어도 원칙과 명분을 지켜야 한다, 선거의 유불리로 정의당 정체성을 판단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던 거다.”

-나중에 심상정 대표가 사과한 것, 즉 원칙과 명분대로 조 전 장관에 반대했어야 한다는 게 혁신위 또는 당의 최종 평가인가?

“아니다. 물론 저는 당시 청년선거대책본부 본부장으로서 잘못됐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것이 혁신위 평가는 아니다. 당 내 다른 생각들이 많다. 다름을 존중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상황이 또 닥치면 정의당은 같은 선택을 ‘전략적으로’ 하겠다는 말인가? 언급하신 대로 정의당 지지층 중에는 ‘전략적 판단’을 원하는 이도 있고, 명분과 원칙을 더 중시하는 이들도 있다. 정의당은 그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조국 사태 대응에 대한 평가는 정의당이 어떻게 혁신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할 것인지를 가늠할 중요한 계기인데,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문제다. 선거법 개정도 비례의석 수를 대폭 늘리지 않고선 꼼수 위성정당을 피할 수 없었는데도 안이하게 봤다는 점에서 방법이 분명 잘못됐다.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선거법은 지금부터 보완입법을 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다만 이번 선거제도 개혁이 정의당을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강력히 문제 제기하고 싶다. 모든 국민을 위한 법이고, 거대 양당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한 법이다. 호도된 측면이 크다.”


또 다른 사과… 박원순 조문 논란


정의당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조문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었다. 뉴스1

정의당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조문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었다. 뉴스1


-박원순 시장 사망에 장혜영·류호정 의원이 조문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심상정 대표가 이에 대해 사과했다.

“사과 안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조문을 안 가겠다는 메시지가 조문을 간 사람들을 배격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의 존재에 집중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다만 (심 대표 사과에는) 이게 잘못 받아들여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문 거부에 2,500명이나 되는 당원이 탈당하는 상황을 수습해야 했던 것 아닌가.

“심 대표께 직접 물어보는 게 좋겠다. 심 대표가 2,500명 탈당이 싫어서 사과했다고 했겠나.”

-문제는 이 젠더 이슈가 반복되는 딜레마라는 점이다. 2016년에도 성우 김자연씨가 메갈리아4 모금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넥슨에서 계약해지를 당했을 때 정의당이 넥슨 비판 논평을 냈다가 무더기 탈당 사태를 겪고 철회했었다. 당원들의 거센 반발과 저항에, 이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바람직한 논평을 철회하고 만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가.

“정의당만의 딜레마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마주한 딜레마다. 정의당은 다양성 이슈에 있어서 민감도가 높은 정당이었기 때문에 일찌감치 이런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당 내에서 돌파구를 찾아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치의 등가 사슬’이라는, 책 ‘좌파 포퓰리즘을 위하여’에 나오는 표현이 있다. 젠더, 환경, 노동 등 중요한 진보적인 가치들을 등가로서 사슬로 엮을 때 우리가 진보정당으로서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다. 이런 합의를 만들어가고 있다. 혁신위도 중요하게 다룬 내용이다.

‘답정너 민주주의’는 위험하다. 생각과 경험이 다른 사람들, 다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공존할 때 파열음이 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대화와 토론과 타협을 통해 공존할 수 있는 규칙을 찾는가, 못 찾는가가 문제다. 우리는 규칙을 찾아가는 중이다.”


지지자가 원하는 것, 정의당이 향하는 곳

-이쯤에서 정의당 당원과 지지자는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가 알아보면 좋겠다. 현재 당원 5만6,000명, 어떤 이들인가.

“남성이 70% 여성이 30%이며, 40~50대가 절대다수 즉 70~80%를 차지한다. 직업이나 소득은 대외비라 밝히기 어려우나 꽤 다양하다.”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에 투표한 2,000명을 분석한 자료를 한국일보가 입수해서 보도했었다. 그들의 구성도 비슷한가.

“분석은 했지만 공개할 수 없는 자료다. 당원 구성보다는 조금 복합적이다.”

-자료를 보면 투표자(지지자) 주류도 중장년 남성으로 추정된다. 청년 지원 정책보다 중년 지원을 원하고, 젠더·성소수자 이슈에 비호감도가 높다. 또 이념적으로 노동자 약자 소수자를 위한 선명한 정책을 원하는 급진적 성향의 사람부터 거대 양당을 모두 비토하는 자유주의자에 가까운 중도층까지 폭넓게 섞여 있는 듯하다. 정의당은 어떤 지지층을 기반으로 삼으려 하나. 선명한 타깃에 포커스를 맞추나, 혹은 지지 기반을 넓혀 대중 정당으로 갈 것인가.

“이 얘기부터 하고 싶다. 전통적 계급 중 누구를 대변할 것인가는 다양성을 확대하는 것과 충돌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의 정체성은 다양하게 중첩돼 있다. 노동자면서 성 소수자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함께 갈 수 있다는 관점이 이 시대의 시각이다. 정의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캠페인하면서 동시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캠페인하는 정당이며, 이것은 결코 상충하지 않는다. 불평등 해소를 이야기하고 탈탄소, 2050년까지 제로 에미션(Zero Emission) 달성을 주장한다.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정의당은 누구를 대변해야 하는가에 대해 20 대 80의 프레임이 여전히 유효하다. 상위 20%의 친재벌ㆍ기득권ㆍ엘리트층을 대변하는 정당이 아니라 권력을 갖지 못한, 다양한 가치의 등가사슬로 묶여 있는 80%를 대변하는 정당이다.”

-옳은 말이나, 투표자들이 차별금지법에 호응하면서도 성소수자 이슈에 비호감도가 높고, 정의당 의원들이 고 박원순 시장 조문 거부를 표명했다가도 사과하게 되는 게 현실이다.

“과도기의 모습이다. 경제적 계급의 문제를 우선시하는 분들이 있고 다른 사안에 대해 불편함을 표현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풀어 나가는 건 정의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다. 언제까지나 반복될 본질적 정체성의 충돌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럼 선명한 메시지를 냈다가, 다시 사과했다가, 계속 이런 식으로 갈 건가.

“사과는 제가 안 했는데 왜 이러는가."

-장 의원 개인이 아니라 정의당 정체성을 말하는 것이다.

"당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말했다. 가치의 등가사슬을 만들어 가기 위한 대화를 하고 있다. 그 끝이 결코 갈등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혁신안이 제시한 정의당의 방향성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의당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는 장혜영 혁신위원장. 뉴스1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의당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는 장혜영 혁신위원장. 뉴스1

-혁신안의 핵심인 비전과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선명하고 차별화된 비전이라고 자신하나.

“차기 지도부에 강령개정TF 설치와 개정을 권고했다. 방향성을 6개 요점으로 제시했다. 눈 앞의 재난인 기후위기를 아젠다로 삼도록 했고, 노동 생태 젠더 등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우리가 누구를 대변하는 정당인가를 분명히 담아야 한다고 했는데, 80%를 대변하는 정당임을 명확히 규정하라는 뜻이다.”

-80% 대변이라는 건 이미 추구해 오던 것이다.

“그렇다. 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불평등 이슈를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 과거 강령을 마련할 때는 ‘승자독식’ 같은 표현이 중요했는데 지금은 문제가 더 심화돼서 경제적 불평등이 세습되기에 이르렀다. 일국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전지구적 위기와 변화된 세계질서, 불평등과 빈곤을 영속화하는 사회구조를 담도록 했다. 세습자본주의 타파가 중요한 우리 당의 미션이라는 뜻이다. 마지막 포인트는 우리 당의 기반이 지역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도록 할 지역운동 강화다. 이런 방향 선회에 대해 전당적인 토론을 거칠 것이다.”

-최종안은 대의원회의에서 채택하나.

“우선 15일 전국위원회에 보고하고, 월말 대의원대회에서 의결한다. 혁신위 제안 내용 중 어떤 건 받고 어떤 건 수정동의안이 나오는 식일 수도 있다.”


대표 체제냐 최고위원 체제냐 놓고 진통

-논의 막판 지도 체제 결정에 진통이 있었다. 대표 체제는 유지하되 부대표를 늘려서 대표단 회의에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소수정당으로서 책임지는 리더십을 갖기 위해서는 지금의 대표 체제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인물들이 자기 기량을 발휘할 무대 자체는 키우는 것이 좋겠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작은 당이 존재감을 가지려면 정책도 있어야 하지만, 그 정책을 이야기하는 인물도 있어야 하지 않나.”

-혁신위원 다수가 집단 지도 체제를 지지했었던 이유는? 심상정 대표 지도 체제에 문제의식이 많았나.

“어떤 지도 체제가 우월하다고 할 수는 없다. 맥락과 상황에 따라 다를 뿐이다. 심 대표의 카리스마 강한 리더십에 장·단점을 본 사람도 있었고,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의 문제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었다. 충분한 토론 끝에 접점을 만난 것이다. 개인적으론 지도 체제가 문제라 보지 않았다. 심 대표님이 지나치게 카리스마가 강하긴 하다. 다음 리더십이 기대된다.”

-‘포스트 심상정’은 어떤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리나라 정치에서 인물의 영향력이 크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결국 정치가 사람이라는 그릇에 담겨 다른 사람을 설득해 내는 거니까. 심상정은 어떻게 심상정이 되었을까 생각하면 심 대표님 시대에 가장 시대와 잘 조응하는 정치인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재미없는 대답이겠지만, 지금의 시대와 가장 잘 호흡하는, 배워서 머리로 아는 게 아니라 이 시대의 공기가 내 피부에 붙어 있는, 그런 리더십을 기대한다. 사람을 덩어리, 표로 보지 않고 개인으로 느끼는 감수성이 중요하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심 대표 의존도가 높은 정의당에 '포스트 심상정' 발굴은 중요한 과제다. 뉴스1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심 대표 의존도가 높은 정의당에 '포스트 심상정' 발굴은 중요한 과제다. 뉴스1

-정의당 투표자들은 유시민, 김경진, 안철수 이런 분들을 언급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사람은 만들어진다. 누군가 나타나고 나면 그제야 우리가 기다렸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아직 없을 뿐이다.”

-말발 센, 중량감 있는 인물을 기대한다는 언급도 있는데, 그건 정의당 탈당하고 비판하는 진중권 전 교수 아닌가.

“말발 세다. 그런데 말발 센 사람이 훌륭한 정치인은 아니다. 교집합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정치인 자질은 사람의 마음을 민감하게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다. 세상에 달변가는 많다.”


변화하는 지지층… 청년으로의 이동

-혁신안이 청년 조직화에 상당한 무게를 실었다. 기존 지지층이 청년층 중심은 아니었다.

“흥미로운 현상은 21대 총선 이후 입당자의 구성이 완전히 역전된 점이다. 여성이 70%, 남성이 30%이며 대다수가 20대다. 유의미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엄청나다. 어떻게 그렇게 됐다고 보나.

“자화자찬을 하고 싶어지는데…. (웃음) 어차피 오만하다는 얘기를 들을 테니 오만하게 답해 보자. 당시엔 저평가됐지만 정의당이 청년이 직접 정치 무대에 서야 한다는 전략을 강력하게 썼고 그 결과로서 국민이 21대 국회 비례 1, 2번 청년 의원을 만날 수 있었다. 이런 일들이 만든 파열음이라고 표현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청년이라는 존재 자체가 만들어 내는, 누군가의 표현으로 ‘공간 침입자’로서의 역할이, 지금까지 국회가 자기를 대변하지 않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줄 것이다. 단순히 두 명의 예외적 의원이 아니라 당 전체가 미래지향적으로 변화하는 신호라고 받아들이는 것 아닐까.”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을 찍은 사람의 39%가 처음으로 정의당에 투표한 사람들로 조사됐다. 위성정당 꼼수를 참지 못해 생애 처음 정의당을 찍었다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

“이들은 누구인가, 왜 우리를 지지했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게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 인식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양당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인 듯하다. 그렇다고 정의당이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기회를 주고 싶다, 그래도 제3당이 있어야 한다는 전략적 투표였다고 본다. 그 저변에는 상식으로서의 공공성에 대한 기대가 있다.”

-투표를 처음 하는 10~20대 유권자도 포함될 듯하다.

“10~20대 가운데 굉장히 유의미한 숫자의 유권자가 정의당으로 왔다는 것은 출구조사에서도 밝혀졌다. 일관되게 청소년 참정권을 주장해 왔던 것, 청소년 당원들이 열심히 노력한 덕이라고 생각한다.”

-20대 중 현실에 좌절하고 탈 정치적인 이들도 많다. 그들을 끌어 모으는 게 관건인데.

“그렇다. 비슷한 처지에 있지만, 보이지 않던 길을 제시하는 청년들이 국회에 있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 같이 좌절해 준다고 그들이 오진 않는다. 청년정치인들은 내재된, 학습된 패배감은 적다. 저나 류호정 의원이나 기본적으로 굉장히 긍정적이다.”


두달 반 논의 혁신안의 의미

-혁신안의 가장 큰 의미라면.

“성찰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정의당은 정말 입체적이고 민주적이고 엄청난 다양성을 포함한 정당이더라. 너무 다른 경험을 갖고 있으나 양당에는 갈 수 없는 사람들이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하는 동안 쌓인 피로가 상당했던 것 같다. 유보해 온 대화와 토론을 이번 혁신위원회에서 했다. 지금까지 정의당에 없었던 성찰과 대화의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행복하지 않겠지만 모두가 합의한 안이다.”

-정당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드문 경험을 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정치를 시작한 사람으로서 진보정치 20년을 겪어온 사람들과 함께 결론을 도출하는 게 쉽지 않았다. 저 같은 도전자에게 혁신위원장을 맡기는 가능성의 공간이라는 점이 정의당의 저력이라고 생각했다. 혁신위원 호선으로 위원장이 됐고, 혁신위가 이렇게 굴러온 것이 기회였다. 구성원 간 문화적 차이를 더 잘 알고 시작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후회는 없다.”


정의당 홀로서기 어떻게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대학가·청년 서명운동 기자회견에서 정의당 의원 등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대학가·청년 서명운동 기자회견에서 정의당 의원 등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거대 여당이 되면서 원내에서 정의당 소외가 심하다. 지난 총선 때부터 연대가 안 돼 지역구 의석 배출이 어려웠다. 어쨌든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어떻게 하려 하나.

“이제부터 정의당이 어떤 모습을 보일 건지가 중요하다. 이미 홀로서기를 충분히 잘 시작하고 있다고 본다. 정의당은 6석을 가지고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이미 발의해 열심히 캠페인을 하지만 민주당은 180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갖고도 못 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 정국에서 가장 선명하게 목소리를 낸 것이 정의당이었고, 류호정 의원의 원피스 하나로 명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정의당이 21대 국회에 존재하고 있음을 국민에게 보여드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의당의 홀로서기를 지켜봐 달라.”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무리한 일이었다. 3차 추경 때는 제대로 심사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보이콧했다. 이번엔 법안이 올라와 있었고 시급한 사안이기 때문에 참여하긴 했지만 계속 이런 식이라면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민주당이 갖고 있는 힘을 잘못 사용하는 일이다. 그러라고 180석 만들어 준 건 아닐 것이다.”

-더 하고 싶은 말은.

“요즘은 버튼만 누르면 차별금지법 얘기다. 사회가 불확실해지고 불평등이 심화되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차별 또한 심해지고 전면화 될 수밖에 없다. 샘 오취리씨에 대한 비난, 임대차3법 통과 후 세입자 정치 성향까지 물어본다는 이런 상황에서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 법이 정말 필요하다. 21대 국회에 정의당이 왜 존재해야 되는지 가장 강력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정의당다움을 이만큼 잘 보여줄 의제가 없다. 차별금지법 통과가 우리 당의 자긍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김희원 논설위원
변한나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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