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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연합뉴스
파킨슨법칙은 관료 조직 비대화와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론이다. 영국 저술가 노스코트 파킨슨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해군 사무원으로 근무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1914년부터 1928년까지 해군장병과 군함 수는 크게 줄었지만, 같은 기간 해군 공무원수는 80% 가까이 증가한 것이었다. 영국 식민성에서도 같은 현상이 확인됐다. 1935년 식민성 공무원수는 372명이었는데, 1954년엔 식민지가 크게 줄었음에도 1,661명으로 네 배나 늘어났다.
▦ 파킨슨은 이를 토대로 업무량이 줄어도 공무원수가 증가하는 관료 조직의 특성을 두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부하배증(部下倍增)의 법칙. 공무원은 일시적이라도 업무량이 많아지면 동료와 일을 나누는 대신 부하직원을 새로 뽑길 원한다. 둘째, 업무배증(業務倍增)의 법칙. 부하가 늘어나면 지시, 보고, 감독 같은 파생업무가 생겨나 업무가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파킨슨은 이에 따라 쓸 재정이 있는 한 공무원수는 끝없이 증가한다고 했다.
▦ 파킨슨이 주목한 건 공무원수 증가를 부르는 관료 조직의 내재적 특성이다. 하지만 공무원 증가에 작용하는 요인은 더 있을 것이다. 특정 업무 조직을 넘어 국가 관료 조직 전체의 업무로 따지면, 경제 규모가 커지고 인구가 증가할수록 업무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큰 정부’를 지향하는 정권은 관료 조직과 공무원수를 늘리기 마련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위의 세 가지 요인이 함께 작용하면서 근년 들어 공무원수도 급증해왔다.
▦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증가한 공무원수는 5만4,000명이다. 현 정부 들어선 3년 만에 이미 8만1,000명 증가했다. 파킨슨법칙보다 ‘공공일자리 확대 정책’이 크게 작용했다. 현 정부는 임기 내 17만명 증원을 국정과제로 설정한 터다. 공무원 늘리기는 유효한 고용정책일 수 있지만, 한 번 늘리면 줄이기 어렵고 재정 부담도 커 신중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정원 2,000명 규모의 상시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 방침을 새로 밝혔다. 행정조직으로 ‘부동산감독원’까지 만들어야 하는 건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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