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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법칙과 ‘부동산감독원’

입력
2020.08.13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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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연합뉴스


파킨슨법칙은 관료 조직 비대화와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론이다. 영국 저술가 노스코트 파킨슨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해군 사무원으로 근무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1914년부터 1928년까지 해군장병과 군함 수는 크게 줄었지만, 같은 기간 해군 공무원수는 80% 가까이 증가한 것이었다. 영국 식민성에서도 같은 현상이 확인됐다. 1935년 식민성 공무원수는 372명이었는데, 1954년엔 식민지가 크게 줄었음에도 1,661명으로 네 배나 늘어났다.

▦ 파킨슨은 이를 토대로 업무량이 줄어도 공무원수가 증가하는 관료 조직의 특성을 두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부하배증(部下倍增)의 법칙. 공무원은 일시적이라도 업무량이 많아지면 동료와 일을 나누는 대신 부하직원을 새로 뽑길 원한다. 둘째, 업무배증(業務倍增)의 법칙. 부하가 늘어나면 지시, 보고, 감독 같은 파생업무가 생겨나 업무가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파킨슨은 이에 따라 쓸 재정이 있는 한 공무원수는 끝없이 증가한다고 했다.

▦ 파킨슨이 주목한 건 공무원수 증가를 부르는 관료 조직의 내재적 특성이다. 하지만 공무원 증가에 작용하는 요인은 더 있을 것이다. 특정 업무 조직을 넘어 국가 관료 조직 전체의 업무로 따지면, 경제 규모가 커지고 인구가 증가할수록 업무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큰 정부’를 지향하는 정권은 관료 조직과 공무원수를 늘리기 마련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위의 세 가지 요인이 함께 작용하면서 근년 들어 공무원수도 급증해왔다.

▦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증가한 공무원수는 5만4,000명이다. 현 정부 들어선 3년 만에 이미 8만1,000명 증가했다. 파킨슨법칙보다 ‘공공일자리 확대 정책’이 크게 작용했다. 현 정부는 임기 내 17만명 증원을 국정과제로 설정한 터다. 공무원 늘리기는 유효한 고용정책일 수 있지만, 한 번 늘리면 줄이기 어렵고 재정 부담도 커 신중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정원 2,000명 규모의 상시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 방침을 새로 밝혔다. 행정조직으로 ‘부동산감독원’까지 만들어야 하는 건가 싶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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