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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8월 14일 '택배없는날' 선언...택배기사 28년만에 휴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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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8월 14일 '택배없는날' 선언...택배기사 28년만에 휴가간다

입력
2020.08.1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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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초등학생 때 갔던 가족여행을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다시 가네요.”

휴가를 하루 앞둔 13일 택배기사 이종우(49)씨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있었다. 택배업계가 오는 14일을 ‘택배없는 날’로 지정하면서, 택배기사로 일한 지 8년만에 2박3일간의 휴가를 얻어서다. 누군가에게는 대수롭지 않을 주말 여행이지만,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직근로자(특고)인 그에게 이번 휴식은 특별하다. 이씨는 “하루만 쉬어도 벌이가 사라지는데다 대체인력을 구해 직접 일당을 줘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손해가 두 배가 돼 그간 휴가는 꿈도 못 꿨다”고 말했다.

택배기사들이 공식 휴무에 들어간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택배노조 등이 요구한 ‘택배없는 날’ 캠페인에 택배업체들이 화답했기 때문이다. 택배기사에게 공식 휴무가 주어진 것은 1992년 관련산업 시작 이래 28년만에 처음이다. CJ대한통운ㆍ한진ㆍ롯데글로벌로지스ㆍ로젠등 택배업계 ‘빅4’에 더해 우체국 택배가 동참해 이들과 계약한 4만여명이 휴식권을 보장받은 것이다. 다만 쿠팡ㆍ마켓컬리 등 각 업체 직고용을 통해 운영하는 배송은 평소처럼 운영된다.


13일 서울 시내의 한 빌라 복도에 택배 기사에게 전하는 메모와 음료수가 놓여있다. 물류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과 롯데, 한진 등 대형 택배사들은 오는 14일을 '택배인 리프레시 데이'로 정해 휴무하고, 17일부터 정상 근무한다. 연합뉴스

13일 서울 시내의 한 빌라 복도에 택배 기사에게 전하는 메모와 음료수가 놓여있다. 물류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과 롯데, 한진 등 대형 택배사들은 오는 14일을 '택배인 리프레시 데이'로 정해 휴무하고, 17일부터 정상 근무한다. 연합뉴스


택배기사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대표적인 특고 업종이다. 휴무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택배사와 ‘운송 계약’ 관계에 있는 만큼 대체인력을 찾거나 휴무로 인한 회사 손실을 보상하는 등 금전적 대가를 치러야 했다. 4~5일이 넘는 장기 휴가를 내면 계약 해지 통보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택배기사들이 휴가는커녕 질병 휴식도 취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는 택배기사의 건강 악화로 돌아왔다. 업계에 따르면 택배 물량은 매년 연평균 10%이상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나 늘었다. 이로 인해 올해 상반기에만 과로사한 택배기사는 12명에 달하는 것으로 택배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실제 과로에 의한 뇌심혈관질환으로 산재 인정을 받은 경우도 1명이다.

택배기사의 건강권 보호 조치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후 경기 광주의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한국통합물류협회 및 빅4 택배사의 대표들과 만나 매년 8월 14일을 ‘택배 쉬는 날’로 지정하는 내용의 공동 선언을 했다. 올해 ‘택배없는 날’ 시행을 발판삼아 업계 공동의 노력을 이어가자는 취지다.

이날 선언에는 △심야배송 제한 △질병ㆍ경조사시 휴무 지원 △택배종사자의 건강 보호 조치 및 안전한 작업환경 구축 △산재보험 가입 등 처우개선 노력 등의 내용도 담겼다. 이 장관은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ㆍ보건조치 이행과 산재보험 제도개선 등 택배종사자 보호방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번 공동선언이 제대로 이행돼 종사자들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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