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맞힘률' 단어 사용…? 우연의 일치로 오해 확산
장마가 길어지면서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여기저기서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기상청이 쓰는 용어까지도 논란의 대상이 됐어요. '강수맞힘률'이라는 용어가 때 아닌 북한 말이라는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최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맞힘률'이라는 단어가 북한 언어라는 주장이 제기됐어요.
강수맞힘률은 'POD(Probability of Detection)'를 뜻하는 기상청 용어입니다. 기상청이 비가 오는지를 실제로 얼마나 '잘' 예보했었는지 따지는 지표라고 볼 수 있어요. (관련기사: "기상청 또 틀렸네" 장마철 비 예보 맞히기 더 어려운 이유 )
맞힘률. 얼핏 우리말 같은데 정말 기상청에서 북한 말을 쓴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북한에서도 우리나라의 적중률을 뜻하는 단어로 맞힘률을 쓰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상청에서 북한 말을 차용한 건 아닙니다. 쉽게 말하면 우연의 일치라는 거죠.
어쩌다 지금의 논란에 이르게 된 걸까요.
우선 이 용어의 시작을 되짚어보겠습니다. 강수맞힘률은 2년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없던 단어에요. 기상청이 2018년 4월부터 쓰기 시작했거든요. 현재는 지난 강수 예보에 대한 평가 지수로 강수정확도와 강수맞힘률 두 가지를 쓰고 있지만요. 참고로 강수정확도(ACC, Accuracy)는 강수맞힘률보다 큰 틀에서 관측 결과와 실제 날씨가 얼마나 일치했는지 알 수 있는 지표입니다.
과거엔 강수정확도만 사용했는데 2017년부터 다른 평가 지수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시작됐어요. 강수정확도 수치가 국민이 실제 체감하는 정확도와 차이가 난다고 판단했고, 강수 현상에 대해 얼마나 잘 예보했는지 산출하는 수치를 찾게 된 거죠. 그러다 탄생한 것이 강수맞힘률입니다.
왜 하필 강수맞힘률이었던 걸까요? 강수맞힘률의 영어 표기(POD)를 보면 탐지율, 검출 확률 정도로 직역할 수 있어요. 강수탐지율이라는 단어. 무슨 뜻인지 감이 오나요? 한 눈에 그 뜻을 알기 어려울 텐데요. 기상청에서도 그 점을 걱정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다 쉬운 용어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맞힘율을 생각해 낸 거에요.
맞힘이라는 단어는 평소에도 많이 쓰고 있고, 비율을 뜻하는 율도 흔하게 쓰이기 때문에 '맞힘'이라는 명사형과 '율'이라는 접미사를 합쳐 맞힘율로 정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에요.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맞힘율이 정식으로 사전에 등재된 단어는 아니지만, 우리말 어법에 맞게 조합했고 일반인들이 자주 사용하게 되면 사전에 등재가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2018년 남북협력 차원에서 통일부가 기상청이 북한의 용어를 쓸 수 있도록 했다는 주장도 나왔어요. 그러나 기상청과 통일부에 확인해 본 결과 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기상청은 북한에도 맞힘률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뜬금없이 북한 말을 사용했다는 오해를 받은 상황인 셈인데요.
그렇지 않아도 기상 예보 정확성을 두고 입길에 오르는 기상청이 용어 논란까지 떠안아야 할 상황이니 곤혹스러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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