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일까지 서울서 7,071개?
'도로 위 지뢰' 포트홀... 버스정류장 등 취약
서울시 "콘크리트 포장 확대 고민"
"지하터널 확대해 도로 침수 막아야" 의견도
"턱 나가는 줄 알았어요." 서울 서초구에 사는 조(42)모씨는 지난 6일 내곡동에서 차를 몰다 헌인릉 입구에서 양재 방향으로 가는 도로에서 '쿵'소리와 함께 차가 흔들려 깜짝 놀랐다. 급하게 차를 세우고 차를 확인하니 결국 타이어가 터졌다. 도로에 지름 1m 가량 움푹 팬 구멍(포트홀)을 발견하지 못하고 주행한 탓이다. 조씨는 "그냥 빗물이 고인줄 알았다"며 "요즘에 워낙 포트홀이 많아 차를 몰고 도심을 돌다 보면 심심치 않게 덜컹거려 롤러코스터를 타고 운전하는 기분"이라고 씁쓸해했다.
50일째 이어진 장마로 서울 도로에 '구멍 주의보'가 발효됐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포트홀로 시가 응급보수한 도로는 7,071개였다. 하루에 700개꼴로 도로에 구멍이 난 셈이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8월 평균 포트홀수는 4,828개소로, 불과 10일 만에 평균치 1.5배를 넘어섰다. '역대급' 장마와 게릴라성 폭우로 인해 도로 피해 규모가 커졌다. 포트홀은 오래된 아스팔트에 물이 스며들어 균열이 발생할 때 생긴다. 포트홀은 땅이 푹 꺼져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싱크홀과 달리 밤이나 비가 내릴 땐 식별이 어려워 교통사고를 발생할 우려가 상대적으로 크다. 올 여름엔 오랜 장마로 도로가 물을 머금고 있는 시간이 길어 더 큰 피해가 발생했고, 복구는 더뎠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포트홀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어려운 복구다. 시 관계자는 "장마가 길게 이어지다 보니 복구한 도로가 다시 파손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비가 오래 내려 아스팔트를 다시 까는 항구 복구가 어려워 땜질식 임시 복구가 이뤄지다보니 다시 갑자기 비가 퍼부으면 아스팔트는 쉬 다시 벗겨진다. 파손된 아스팔트를 다시 메워도 쉼 없이 내리는 비로 다시 구멍이 뚫리는 악순환은 반복된다.
특히 버스정류장이나 교차로 정지선 구간에서 포트홀은 많이 발생한다. 오랜 집중호우로 물러진 아스팔트에 중량이 무거운 버스가 많이 다니고, 여러 차량이 제동을 밟아 땅에 무리가 가는 게 배경이다.
기후 위기로 한반도에 게릴라성 폭우는 앞으로 더 잦아질 것이라는 게 기후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도심 침수가 더 빈번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도로 위 지뢰'로 불리는 포트홀 위기를 줄이려면 물순환에 친화적인 도심 환경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
변병설 인하대 교수는 "폭우에도 견딜 수 있는 거대 지하터널 등을 더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거대한 빗물 저류시설을 많이 만들면 하수구 역류와 침수를 막아 도로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길이 4.7㎞, 최대 지름 10m로 지난 5월 완공된 양천구 신월 빗물 배수 저류 터널이 대표적인 예다.
시는 아스팔트보다 내구성이 높은 콘크리트 포장으로 도로의 지력을 키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버스정류장 주변에 도로가 움푹 파이는 걸 막기 위해 올해 버스정류장 주변 8곳에 콘크리트 포장을 시공했다"며 "포장의 수명이 20년으로 아스팔트보다 3배 길어 경제성을 낮춰 콘크리트 포장을 도로에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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