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직제개편안 마련해 일선 의견조회
인권부장 폐지·인권감독과 감찰부 편입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수사정보정책관 등도 사라져국무회의 거쳐 이번 인사에 반영…총장 입지 더 줄어들 듯
법무부가 대검찰청 인권부장(검사장) 자리를 없앤 뒤 그 기능을 감찰부에 편입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행사의 주요 통로였던 직접수사 지휘부서도 대폭 축소시키면서, 검찰 내에서 총장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힘을 빼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만든 조직마저 폐지하는 데 대한 비판론도 나온다.
12일 법무부가 대검찰청과 일선 검찰청에 보낸 '검찰청 직제개편안'에 따르면, 법무부는 대검 인권부를 사실상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번 검사장 인사에서 공석으로 남겨뒀던 인권부장 자리를 직제에서 없애고, 차장검사급인 인권정책관을 대검 차장검사 직속으로 남겨 기획·양성평등 등 업무만 이어가게 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인권침해 사건 조사 및 처리를 담당했던 인권감독과는 감찰부로 이관된다. 피해자인권과는 형사부로 통폐합된다.
인권부는 문 대통령이 2018년 6월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을 대검에 설치하라"고 지시하면서 신설된 조직이다. 흩어져 있던 인권 업무를 하나의 부서에서 처리하도록 해 검찰 내 인권 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출범한 검찰인권위원회(위원장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
현 정부가 출범시킨 인권부를 스스로 폐지하려는 것은 '한명숙 사건' 처리를 둘러싼 최근의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윤 총장은 지난 5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의 수사팀 검사들이 참고인들에게 위증을 강요했다는 진정 사건을 대검 인권부에서 총괄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감찰부가 맡아야 할 사건"이라며 진정서 원본을 내주지 않았고, 내홍이 불거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감찰부 총괄을 지휘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지시의 절반을 잘라먹었다"며 윤 총장을 저격하는 서로의 불신이 여과없이 드러났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윤 총장은 수사 등에서 발생한 피의자 인권침해 사건 처리에도 직접 관여하기 어려워진다. 인권과에서 맡든, 감찰과에서 맡든 결국 감찰부장 소관이다. 그동안 추 장관은 대검 감찰부의 독립성을 강조해 왔다. 한 감찰부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한 판사 출신 검사장이다.
검찰 내홍을 계기로 인권부가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하자, 검사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검의 한 간부는 "기존 인권 업무를 모아서 제대로 해보겠다고 발족했던 조직인데, 겨우 안정화될 때쯤 해체시킨다면 역량·기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개편안에는 검찰의 직접수사 지휘부서를 대폭 축소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전국 일선청의 직접수사를 지휘하는 대검의 부서인 반부패·강력부에서 차장검사급인 선임연구관 자리가 없어진다. 수사지휘과와 수사지원과, 조직범죄과와 마약과도 각각 1개의 과(科)로 통합된다. 공공수사부 내에선 공안수사지원과와 선거수사지원과가 합쳐진다. 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했던 수사정보정책관도 부장검사급인 수사정보담당관으로 축소된다.
반대로 형사부에는 차장급인 형사정책관이 신설되고, 기존 2개 과에서 5개 과로 대폭 확대된다. 형사부장은 조 전 장관 시절 검찰개혁추진지원단 부단장을 지낸 이종근 검사장이다. 개편으로 강화되는 대검 감찰부와 형사부는 공교롭게도 모두 친정부 성향의 검사장이 이끈다.
법무부는 직제개편안에 대한 검찰의 의견을 오는 14일까지 들은 뒤, 이르면 18일 국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법무부와 일선 검찰의 의견차가 큰 만큼 일정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중간간부 인사는 직제개편안이 의결된 뒤 단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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