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다 잡은 승리를 놓쳤지만 토론토 에이스로선 모자람이 없는 경기였다.
류현진(33ㆍ토론토)은 1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버펄로의 살렌필드에서 열린 마이애미와 홈 경기에서 선발 6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2회초 선두타자 브라이언 앤더슨에게 내준 솔로홈런 한 방 외엔 흠잡을 데 없는 투구였다. 3-1로 앞선 7회초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4-1로 앞선 9회초 마무리투수 앤서니 배스가 통한의 동점 3점 홈런을 얻어맞는 바람에 시즌 2승은 불발됐다. 하지만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이 경기 후 "류현진은 우리 에이스다"라고 극찬할 정도로 이적 후 가장 좋은 투구 내용이었다. 연장 승부치기에 돌입한 토론토는 10회말 1사 1ㆍ3루에서 트래비스 쇼가 2루수 키를 넘기는 끝내기 안타를 터트려 5-4로 승리했다.
류현진은 4경기 만에 처음으로 6이닝을 채우며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평균자책점도 5.14에서 4.05로 끌어내렸다. 탈삼진 능력은 데뷔 후 최고 페이스다. 네 차례 등판에서 20이닝 동안 삼진 24개를 잡아 9이닝당 탈삼진은 10.8개다. 평균자책점 1위(2.32)를 차지한 지난해엔 9이닝당 8.0개를 찍었고, 종전 최고 기록은 2018년 9.7개다.
류현진은 이날 공 92개를 던져 57개를 스트라이크로 꽂아 넣었다. 지난 경기에서 체인지업으로 재미를 봤다면 이날은 컷 패스트볼(커터)을 18개나 던지며 즐겨 사용했다. 직구는 43개, 체인지업 21개, 커브는 10개였다. 직구 구속도 평균 144㎞, 최고 148㎞로 지난 등판보다 끌어올렸다.
CBS스포츠는 "류현진이 개막 첫 2경기에서는 총 9이닝 동안 8점을 내줬지만, 최근 2경기에서는 11이닝 동안 1점만 잃고 안타는 3개만 허용했다"면서 "다음 주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MLB닷컴은 류현진을 '베테랑 에이스'라고 표현했다.
토론토의 뒤늦은 홈 개막전이자 역사적인 살렌필드 개장 경기라서 더욱 의미가 큰 호투였다. 메이저리그 구단 중 유일하게 캐나다에 연고지를 둔 토론토는 자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캐나다 정부의 반대로 올해 홈구장인 토론토 로저스센터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토론토는 대체 홈구장을 물색한 끝에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구장인 살렌필드를 대안으로 선택했다. 살렌필드에서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린 건 1988년 개장 이후 처음이고, 버펄로에서는 1915년 이후 처음이다. '더 버펄로 뉴스'는 "11일 오후 6시 41분(현지시간) 류현진이 살렌필드의 첫 빅리그 경기 초구를 던졌다"며 류현진의 손끝에서 시작된 역사적인 개장 경기의 시작을 알렸다.
류현진은 경기 후 토론토선과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에서 바람이 중요한 요소였던 것 같다. 좌측으로 간 공은 2루타나 홈런이 됐다"고 짚었다. 류현진의 승리를 날린 프란시스코 서벨리의 홈런과 6회말 토론토 보 비셋의 3점포 모두 좌익수가 잡을 것처럼 뒷걸음질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류현진은 "앞으로 타자들이 우측으로 공을 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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