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퇴 투어 자격 여부를 두고 야구계를 뜨겁게 달궜던 LG 간판 타자 박용택(41)이 은퇴 투어를 정중히 고사했다. 온라인에서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박용택을 위해 은퇴 투어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과 그 정도까지 예우 받을 선수가 아니라는 의견이 충돌했다.
프로야구 통산 최다 안타(2,478개) 주인공인 박용택은 19년간 사생활 문제로 구설에 한번도 오른 적 없는 ‘모범생’이었지만 2009년 타격왕 밀어주기 사건으로 팬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또 부족한 국가대표 경험과 리그에 미친 영향 등을 비춰볼 때 은퇴 투어 대상으론 부족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은퇴 투어는 은퇴를 앞둔 선수가 상대 팀과 마지막 원정 경기 때 상대 구단으로부터 축하 및 선물을 받는 행사로, 리그 차원에서 펼쳐진다. 이 행사 대상은 2017년 ‘국민 타자’ 이승엽(전 삼성)이 유일했다. 반면 국가대표 경력 없이 프로에서 오랜 시간 그라운드를 누빈 이호준(전 NC)은 같은 해 각 구단들이 준비한 비공식적인 은퇴 행사를 가졌다.
박용택의 은퇴 투어가 불발되면서 이 행사가 주는 무게감은 한층 커졌다. 프로야구 최다 홈런(467개)에 국가대표로 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대회에서 맹위를 떨친 이승엽에게 빗댈 수 있는 선수 만이 이제 리그 차원에서 예우를 받을 수 있다.
이승엽 다음 주자로는 1982년생 동갑내기 이대호(롯데) 김태균(한화) 오승환(삼성) 정근우(LG)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팬들의 엄격한 잣대를 넘을지는 알 수 없다. 김태균과 정근우는 30대 후반에 접어들며 꾸준함을 잃었다.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꼽히는 오승환은 해외 원정 도박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그나마 두 번째 은퇴 투어 가능성이 높은 선수는 이대호다. 2010년 프로야구 최초의 타격 7관왕, 9경기 연속 홈런 등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대호는 대표팀에서도 활약하며 롯데를 넘어 ‘조선의 4번 타자’로 불렸다. 또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서 한국인 최초로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고, 메이저리그 시애틀에서도 1년간 뛰며 14홈런을 쳤다. 다만 이대호는 KBO리그에서 우승 맛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현장은 은퇴 투어가 진입 장벽을 낮춰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기를 바랐다. 류중일 LG 감독은 “박용택을 시작으로 이대호 김태균 정근우 등 리그를 빛낸 선수들을 대상으로 은퇴를 축하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용택 역시 “후배들의 은퇴 투어 행사는 무산이 안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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