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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만들기 뚝딱 될 리가... 작년 '미세먼지' 추경 7000억 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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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만들기 뚝딱 될 리가... 작년 '미세먼지' 추경 7000억 덜 썼다

입력
2020.08.13 01: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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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집행 가능성·긴급성 무시하고 예산 과다 편성

홍남기(왼쪽 두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홍남기(왼쪽 두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정부가 지난해 미세먼지 감축 및 경기침체 대응을 명분으로 급히 마련했던 ‘미세먼지 추가경정예산’ 집행 실적이 미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현장에 제대로 풀리지 않은 예산만 전체 예산의 12%에 해당하는 7,000억원에 달했다. 물리적으로 연내 집행이 어려운 사업이나, 정부가 ‘장밋빛’ 목표치를 제시한 사업 등이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추경안에 담긴 결과다.

12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9회계연도 결산 총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한 ‘미세먼지 추경’ 5조8,269억원 중 그 해 말까지 집행된 금액은 5조6,477억원(96.9%)이다. 하지만 이는 집행 부처나 기관에 전달된 금액만을 집계한 단순 집행률이다. 실제 사업현장에 뿌려진 예산(5조1,211억원)을 기준으로 한 실집행률은 87.9%에 그쳤다. 그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추경이 세계경제 위기에 따른 경제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최선의 방어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분야에서 저조한 집행으로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점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추경 편성의 기본 원칙인 긴급성과 연내 집행 가능성을 충족 못하는 사업이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연내 집행 의문' 사전 경고 많았는데...

산업단지나 화력발전소 주변 등에 ‘미세먼지 차단숲’을 조성하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당초 추경안에서 150억원 증액(본예산 300억→추경 450억원)됐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약 17억(11.3%)만이 실제 집행됐다. 수목을 식재(나무를 심어 가꾸는 일)하는 작업은 봄ㆍ가을에만 가능하다. 그런데 추경안이 지난해 8월에 통과한 이후 대상지 확정→설계 및 입찰 등 행정 절차에만 3개월여가 소요되자, 연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졌던 것이다. 지난해 6월 예정처는 일찌감치 “(행정절차를 감안하면) 사업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고, 상임위 예비심사 단계에서도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 일부가 ‘전액 삭감’을 요구했으나, 정부안 그대로 관철됐다.

환경부의 ‘유해폐기물 처리 및 대집행’ 사업 또한 추경을 거치며 437억원이 증액됐으나, 지난해 말 기준 실 집행률은 56.5%에 그쳤다. 행정대집행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폐기물 처리 업체 등 원인 제공자가 불법 방치 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예산을 들여 처리한 뒤 나중에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대집행 행정절차(1~3개월) 및 폐기물 처리용역(1~8개월)에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 이처럼 물리적으로 연내 집행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예산이 과다 편성된 것이다. 역시 심사 과정에서 “이미 본예산이 전년 대비 20배 증액된 상황에서 다시 추경을 통해 본예산 대비 3배로 증액하려는 것인데, 연내 집행 가능성에 의문이 있다”는 국회 환경노동위 전문위원 지적이 나왔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행정부의 과도한 수요예측이 집행률 ‘낙제점’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미세먼지 대응의 핵심인 ‘운행차 배출가스 저감’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는 ①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시 보조금을 주고 ②노후 경유차 미세먼지 저감장치(DPF) 부착을 지원하며 ③덤프트럭 등 건설기계의 DPF 부착 및 엔진 교체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추경 증액분(4,936억원) 중 53.5%(2,473억원)만 실제로 집행됐다. 예정처는 “수요예측이 정교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펀드 출자, 집행률 100%의 함정

중소벤처기업부의 ‘스케일 업 펀드’ 사업은 정부가 500억원의 신규 자금을 편성해 1,25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 후 창업 이후 성장 단계에 진입한 기업에 투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말 기준 집행률은 100%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10월 운용사 선정을 거쳐 올해 4월 말에야 펀드 설정이 완료됐다. 형식상 집행률은 100%지만, 실제 펀드 자금을 받은 기업은 적어도 올해 4월 말까지 없었다는 뜻이다.

역시 추경 과정에서 150억원이 증액된 환경부의 ‘미래환경산업 투자펀드’ 또한 지난해 말 펀드가 결성된 후 올해 6월 말 기준 투자실적은 ‘0’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사업을 지원하는 ‘글로벌 플랜트ㆍ건설ㆍ스마트시티 펀드(PIS 펀드ㆍ신규 250억원)’도 투자실적이 없다. 정부 출자→운용사 선정→펀드 결성→투자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이들 출자 사업에 대해 ‘시급성이 요구되는 추경 사업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찌감치 나왔지만, 국회 심사 과정에서 별다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여야가 정부 예산안의 총액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걸린 사업 논의에 집중하는 사이, 대다수 예산사업들이 별다른 심의 과정 없이 그대로 통과되는 폐해가 반복되고 있다"며 "국회의 본질 기능인 예산심의권을 정상화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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