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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 ‘속도전’ 강조한 서울시…공공재건축에선 '소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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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 ‘속도전’ 강조한 서울시…공공재건축에선 '소극적'

입력
2020.08.11 17: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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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내에 정부의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내에 정부의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8ㆍ4대책에서 밝힌 11만호 공급을 위한 ‘속도전’에 나섰다. 정책 효과는 속도에 좌우되는 만큼 각종 절차 간소화로 과열 주택시장에 적절한 신호를 먼저 주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공급확대 핵심 수단인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에 대해선 유독 소극적 입장을 내비쳐 시 내부에서조차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1일 서울시는 김학진 행정2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주택공급 태스크포스(TF)를 구성, 관련 절차를 과감히 줄여 주택공급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TF는 △공공재개발 활성화 △유휴부지 발굴ㆍ복합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등 총 4개 추진반으로 이뤄졌다.

TF의 활동은 ‘신속’과 ‘개선’에 집중된다. 공공재개발 신규지정 사전절차를 기존 18개월에서 6개월로 대폭 단축하기로 했다. ‘2025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변경, 후보지 공모를 거치면 사전타당성 검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공공재개발사업 지구 지정 심의를 전담할 별도의 수권소위가 꾸려지는 것도 이번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구 지정 이후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위해 필요한 환경ㆍ교통영향평가도 통합심의로 진행, 소요 시간을 줄이기로 했다”며 “13일 동대문구를 시작으로 자치구별 설명회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실제 분양시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운용기준 마련을 위한 국토교통부ㆍ서울시 실무 TF도 즉각 가동하기로 했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분양가의 20~25%를 우선 소유 지분으로 갖고, 나머지는 20~30년에 걸쳐 저축하듯 나눠 내 주택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중랑구 면목행정타운에 9만6,000㎡ 규모의 세부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등 시가 제안한 총 11개 단지 1만2,000가구도 2024년 안에 착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앞의 세 사업에 대해서는 ‘속도를 낸다’, ‘박차를 가한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의욕을 나타냈지만, 공급 대책의 핵심인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5만가구)을 놓고는 신중한 입장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선도 사업 1, 2곳을 선정해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힌 게 전부다. 시 관계자는 “공공참여형 재건축 연착륙을 위해 국토부와 관련 TF를 구성, 매주 만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가기로 했다”며 “공공정비사업 지원센터를 설치해 추진 방법과 사업성 분석 등에 대한 안내를 재건축 조합에 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 이 같은 입장은 재건축 조합의 반발과 임대위주의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은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시중의 의견을 상당 부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가 “공공재건축 시에도 주민들이 원하는 민간 시공사와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음에도 당장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불참의사를 밝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정복문 잠실 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장은 “사업성이 있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을 추진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전날 ‘8ㆍ4대책의 주요 내용과 평가’ 보고서에서 “강남권 등 수요자가 선호하는 지역의 사업장에선 공공재건축 사업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당 보고서는 “2018년 9ㆍ13대책에서 3기 신도시 공급 물량 중 절반이 임대주택으로 계획돼 민간시장에 미치는 공급신호가 약했고, 집값 안정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가, 이번 대책 역시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을 통한 공급전략은 재건축 조합 설득을 위해 시와 국토부가 내놓을 ‘당근’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개발이익 환수비율(90%)을 절반 안팎으로 낮춰 참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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