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막기 위해 일시적 조치 검토
트럼프? '反이민' 정책과 결부한 해석도 나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있는 자국민의 귀국을 일시적으로 막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내 확산세가 통제불능 상태로 치닫자 일부 지역 외국인 입국 제한 조치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하지만 이민 규정을 손 보는 식이어서 결국은 코로나19를 핑계삼아 멕시코 국경 장벽 등 봉쇄 정책을 재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가 해외에서 입국할 경우 일시적으로 귀국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침에 근거해 국경지대 관리들이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전염병에 감염됐거나 노출됐다고 합리적으로 믿을 만한 경우" 미국 영토 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트럼프 정부의 이 같은 조치를 두고 다분히 멕시코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많다. 문건에는 "국경지역에 위치한 멕시코 치와와주(州) 보건장관이 코로나19로 2주간 입원한 끝에 숨지는 등 멕시코에서 감염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대목이 강조돼 있다. NYT는 "이번 조치가 미국인들의 왕래가 잦은 멕시코 국경지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지대 장벽 건설에 이어 멕시코에 또다른 봉쇄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반(反)이민 행보를 펼쳐 왔으며 멕시코 국경 장벽은 이의 상징격이다. 그는 지난 6월 애리조나주 샌루이스 국경 장벽 완공 기념식에서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가장 강력한 장벽"이라며 자신의 반이민 정책을 자찬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자국민 입국 제한 조치가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감염병 우려를 이유로 시민권자와 영주권자의 귀국을 일시적으로라도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마르 자드와트 미국시민자유연합(ACLU) 이민자 권리 프로젝트 책임자는 "미국 시민권자의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못박은 뒤 "코로나19를 핑계로 어린이들과 망명 신청자들의 입국을 금지한 데 이은 이번 조치는 또 한번의 중대한 실수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앞세워 자국민의 입국 금지를 추진한 건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사모아 정도 뿐이다. 대다수 주요국들은 전세기를 띄워 귀국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위험지역에 있는 자국민의 안전을 적극 도모해왔다는 점에서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이번 조치는 그 자체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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