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과일보 창업주 체포에 "주식 매수 연대"?
구독도 줄 이어... 신문 "끝까지 싸우겠다"
홍콩의 대표적 반(反)중국 언론매체인 빈과일보 창업주 지미 라이(黎智英) 넥스트미디어그룹 회장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자 되레 회사 주가가 급등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홍콩 민주화 개미’들이 주식 매입을 통해 빈과일보와의 연대를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빈과일보의 모회사인 넥스트디지털 주가는 라이 회장이 체포된 10일 344% 폭등했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넥스트디지털 주가는 11일 장중 한때 1.96홍콩달러(약 300원)를 기록하면서 52주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장 후반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지만 전날 대비 331.37% 오른 1.1홍콩달러(약 168원)로 장을 마감했다. 넥스트디지털 주가는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0.09홍콩달러에 그쳤으나 이틀 새 10배 넘게 오른 셈이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애널리스트들도 급등 현상에 대해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홍콩 민주파 ‘개미’들이 시장에 대거 몰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라이 회장 체포와 관련해 넥스트디지털 주식 매입을 촉구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민주 성향의 투자 물량으로 추정되는 매수세가 유입됐다”고 단언했다. 투자은행 UOB-카이히언의 스티븐 렁 이사도 “기관투자가가 주식을 사들이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라며 “개미 투자자들을 위한 대형 포털인 푸툰을 통한 매입 주문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홍콩 시민들은 빈과일보 구독에도 열을 올리고 잇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홍콩 신문 가판대들 앞에는 빈과일보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늘어섰다. 한 신문 가판대 주인은 이날 빈과일보 200부를 판매했다면서 평소에 비해 두 배 수준이라고 통신에 말했다. 이날 빈과일보는 라이 회장의 체포 장면을 담은 사진을 1면 머릿기사로 전하며 “우리는 지미 라이의 체포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전의를 다졌다. 빈과일보는 보통 하루 10만부를 발행하나 이날은 평소 발행부수의 5배인 50만부를 인쇄했다.
한편 전날 국가안보처 수사팀에 두 아들과 함께 체포된 라이 회장은 △외국 세력과 결탁 △선동적 언행 △사기 공모 등의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보안법은 라이 회장의 혐의에 대해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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