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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4대강 '지류 개선' 누가 반대했나

입력
2020.08.11 15:55
수정
2020.08.12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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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ㆍ환경단체 "지류 개선 필요" 수 차례 지적
MB정부 "본류 개선되면 지류도 좋아져" 요구 묵살

2011년 4월 5일 이명박 대통령이 제66회 식목일을 맞아 경기도 여주군 당남지구에서 희망의 숲 조성 행사를 가졌다. 왕태석 선임기자

2011년 4월 5일 이명박 대통령이 제66회 식목일을 맞아 경기도 여주군 당남지구에서 희망의 숲 조성 행사를 가졌다. 왕태석 선임기자


4대강 사업의 홍수 예방 효과를 두고 정치권이 논쟁을 벌이는 가운데, '지류 공사'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래통합당이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벌였을 당시 '지류ㆍ지천까지 사업을 확대했다면 물난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다.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사업을 강하게 반대했던 더불어민주당을 꼬집은 것을 두고 '정부에 지류지천 공사를 요구했지만,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4대강조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1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본류는 홍수 피해가 적으니 본류가 아닌) 지류ㆍ지천이나 소하천, 지방천을 공사하자고 했는데, 4대강 사업 추진 측에선 '본류에 제방을 준설하면 지류ㆍ지천에도 홍수 예방 효과가 있다'고 얘기를 했다"며 "그때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지류ㆍ지천 사업을 하지 말라고 했지만, 저희는 오히려 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진행자가 '오히려 (이명박 정부는) 지류 지천에는 관심이 없고, 대운하를 지어 배를 다니게 하려면 큰 강만 했어야 하니, 큰 강만 (공사를) 한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맞다. 그게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의 설명대로라면 통합당의 주장은 '당시 공사가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다. 오히려 당시 4대강 사업이 잘못 설계 돼 지금의 물난리가 일어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초기부터 '지류 개선' 두고 충돌

한국일보 2009년 6월 9일자 지면. 자료조사=박서영 데이터분석가

한국일보 2009년 6월 9일자 지면. 자료조사=박서영 데이터분석가

거슬러 올라가면 4대강 사업을 두고 한창 시끄러웠던 2009년부터 당시 여당(현재 통합당)과 전문가, 환경단체 그룹은 지류 개선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2009년 6월 8일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보면 정부는 당시 22조원을 들여 4대강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기로 했다. 본 사업은 2011년까지 마무리하고, 연계 사업은 1년 뒤인 2012년에 완료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당시 "4대강 외 나머지 국가 하천과 지방 하천도 내년부터 별도의 종합 계획을 수립해 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와 환경 단체들은 지류 정비가 후순위로 밀릴 것을 우려해 정부 사업 발표 전부터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 왔다. 4대강 사업이 성공하려면 본류보다 지류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요구였다.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과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생명의 강 연구단'은 정부 발표 일주일 전인 같은 해 6월 1일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 4대강 수질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단은 본류 수질은 식수원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양호한 상태인 반면, 지천이 유입되는 지역은 수질이 열악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오염된 지천을 방치한 채 본류 수질을 개선한다는 것은 예산 낭비의 우려가 크고, 하천 수질 개선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이 홍수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건 2013년 7월과 2018년 7월 감사원의 두 차례에 걸친 감사 결과에 드러난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7월 감사원은 '(당시 정부는 본류가) 홍수, 물 부족과 이상기후에 충분히 대처 가능하다고 보고하고도 추가 준설을 통해 최소 수심 6m를 확보했다'고 지적했다. 본류는 원래 큰 비가 와도 견딜 수 있다는 얘기다.

김원 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4대강 본류의 경우 홍수 위험이 있는 데가 아니기 때문에 돈을 들여 굳이 준설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홍수를 막으려면 홍수 발생 지역인 지류를 정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환경단체들과 전문가들은 사업 초기부터 4대강 본류 정비 사업에 쓰였던 돈을 실제 홍수가 나는 지류에 썼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MB정부 "지류보다 본류 준설이 중요", 통합당 주장과 반대

한국일보 2010년 1월 18일자 기사. 자료조사=박서영 데이터분석가

한국일보 2010년 1월 18일자 기사. 자료조사=박서영 데이터분석가

운하반대교수모임은 2009년 12월 본류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하며 본류 보 설치 및 준설에 반대했다.

이들은 같은해 12월 1일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퇴적물로 강바닥이 높아져 해마다 홍수 피해로 4, 5조원이 들어간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4대강 본류의 대부분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수입 사업으로 준설을 해 오히려 하상이 낮아져 있다"며 "4대강 사업 구간에서 물이 넘쳐 제방이 붕괴되는 사례는 최근 들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는 전문가와 환경단체의 이같은 지류 개선 요구에도 본류 내 보 설치와 준설만 밀어붙였다. 본류가 개선되면 지류도 자연스럽게 좋아진다는 논리였다.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는 2010년 1월 18일 한국일보의 '지류 오염을 막지 못하면 하나마나 아닌가. 홍수 피해도 대부분 지류에서 생긴다'란 질문에 "본류를 준설하면 홍수 때 지류의 홍수 피해도 줄게 된다"고 말했다. 본부는 또 "지류 하천도 모두 정비할 계획이나,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따라 주요 지류를 우선하게 됐다"며 지류 개선이 우선 순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MB정부, 처음엔 무시하다 뒤늦게 '지류 살리기' 검토

정부는 4대강 사업에 따른 환경오염 지적이 계속되자 2011년 4월 뒤늦게 '지류 살리기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본류 정비로 지류 수질 개선은 물론 홍수까지 예방될 것이라고 했던 정부 측 논리가 잘못된 걸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때 "정부의 지류 살리기 계획은 애초 4대강 사업의 목적이 수질개선과 홍수 방지가 아니라 대운하를 염두에 둔 걸 자인한 셈"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운동연합은 사업 초기부터 '본류 정비 사업에 쓰였던 예산을 실제 홍수가 나는 지방하천 정비에 써야 한다'고 꾸준히 촉구해 왔다.

오경섭 한국교원대 지리교육학과 교수는 2011년 4월 14일 한국일보의 취재에 "4대강 사업을 하고 싶었으면 먼저 지류 일대에 숲을 가꾸고 토양구조를 개선하는 치수사업을 한 뒤 본류를 정비하는 것이 순서였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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