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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휩쓴 물폭탄도 결국은  '뜨거워진 지구'가 만든 재앙

입력
2020.08.12 15:00
수정
2020.08.14 13:1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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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내외 주요 흐름과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 리포트입니다


10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한 마을에서 소방대원들이 집중호우으로 인한 하천 범람을 피해 축사 지붕에 올라갔던 소를 구조하고 있다. 구례=뉴스1

10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한 마을에서 소방대원들이 집중호우으로 인한 하천 범람을 피해 축사 지붕에 올라갔던 소를 구조하고 있다. 구례=뉴스1

“인류 생존에 가장 큰 위험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첫째가 기후변화대응 실패, 둘째가 기상이변 그 다음이 생물다양성 감소, 네 번째가 식량위기, 그리고 다섯 번째가 물 부족입니다.” 올 1월에 국제 지속가능성 연구단체인 퓨처어스(Future Earth)가 52개국 222명의 과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 문제가 미래의 가장 큰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전 세계는 기상재앙에 시달리고 있는데, 모두 역대급의 재앙이자 기후변화와 연관된 재난이었다.

한중일 덮친 대홍수

올해 유례 없는 대홍수가 동아시아 지역에 발생했다. 가장 먼저 호우가 시작된 곳은 중국이었다. 중국은 두 달 이상 장마가 지속되면서 엄청난 피해를 기록했다. 중국 언론 보도에 의하면 지난 6월 1일부터 7월 28일까지 장시(江西) 등 27개 지역에서 발생한 폭우로 5,481만 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남한 인구를 넘어서는 수치다. 사망 및 실종 142명, 농경지 침수는 남한 면적의 절반이 넘었으며, 직접적인 재산피해만 24조6,000억원에 이른다. 중국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렸으며 지금도 진행형이다. 평소 재해 대비를 단단히 한다고 알려진 일본에서도 7월 초 규슈(九州) 지역에 내린 폭우로 72명이 사망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1,000㎜가 넘는 기록적 폭우로 하천 105개가 범람하고 축구장 2,100여개 넓이(1551㏊)의 토지가 침수돼 ‘특정비상재해’로 지정됐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양쯔강의 물이 불어나 700년 역사의 사원 '관인거'가 지난달 19일 물에 잠겨 있는 모습. 중국에서는 6월부터 내린 폭우로 약 5,5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우한=AFP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양쯔강의 물이 불어나 700년 역사의 사원 '관인거'가 지난달 19일 물에 잠겨 있는 모습. 중국에서는 6월부터 내린 폭우로 약 5,5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우한=AFP연합뉴스

우리나라도 기록적인 장마 피해를 보고 있다. 처음 기습 호우에 상처를 받은 곳은 부산이었다. 7월23일에는 해운대 211㎜, 기장 204㎜를 기록하며 하루 단위로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올 7월 부산에 내린 강수량은 796.8㎜로 평년의 2.6배였고 1년 총강수량의 절반 이상을 기록했다. 두 번째로 호우가 강타한 곳은 대전이었다. 7월 29일부터 이틀간 내린 집중호우로 2명이 숨졌고 4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대전 역시 7월 강수량이 544.9㎜로 평년 강수량 대비 1.6배를 기록했다. 부산과 대전에 집중호우를 뿌린 장마전선은 중부지방으로 올라오면서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장마전선은 8월 1일부터 6일까지 그리고 9일부터 다시 중부지방에 자리 잡았다. 8월 7일과 8일에는 남부지방으로 이동, 물폭탄을 퍼부어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다. 이렇게 장마전선이 전국을 오가며 한반도에 머물면서 8월 12일 기준 역대 최장 장마 기록(49일)을 갈아치웠다. 이 기간 발생한 사망 31명(실종 11명)은 서울 우면산 산사태가 있던 2011년(70명 사망) 이후 최다치다.

그렇다면 왜 올여름 이렇게 오랜 기간 폭우가 쏟아진 것일까. 올해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에 나타난 폭우의 주범은 북극과 시베리아의 이상고온현상이다. 북극 고온현상으로 따뜻한 공기가 쌓이면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는 제트기류가 남쪽으로 사행하며 내려와 동아시아 상공에 위치했다. 찬 공기는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상을 오랫동안 막고 있다. 장마전선에선 북쪽의 찬 공기와 북태평양고기압의 기온 차이가 클수록 비구름이 발달한다. 올해 우리나라 장마는 최장 기간과 최대 강수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30일 대전 지역 집중호우로 서구 정림동 한 아파트의 주차장과 건물 일부가 잠기자 입주민 가족이 119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아파트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지난달 30일 대전 지역 집중호우로 서구 정림동 한 아파트의 주차장과 건물 일부가 잠기자 입주민 가족이 119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아파트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북극권ㆍ호주 산불과 메뚜기떼 피해

올해 또 다른 지구촌 재앙은 북극권과 호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다. 호주의 대형 산불 원인은 폭염과 가뭄 때문이다. 1월 초 시드니 서부 팬리스 지역은 48.9℃의 폭염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는 시드니에서 기온을 측정하기 시작한 1939년 이래 가장 높았다. 다른 지역들도 최고 기온을 경신하면서 호주대륙이 끓어올랐다. 이로 인해 화재가 더 넓은 지역으로 번지면서 소방관 9명 사망 등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야생동물 피해도 심각했는데, 세계자연기금(WWF)은 이번 산불로 인해 2억5,000만마리의 야생동물이 목숨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호주 산불은 해수면 온도변화에서 기인한 ‘인도양 다이폴(Dipole)’ 때문이다. 다이폴이란 인도양 동쪽 해수면 온도는 시원하고 서쪽 해수면은 따뜻한 현상을 말하는데, 동서의 온도차가 60년 만에 가장 컸다. 그 결과 인도양 동쪽 연안인 동남아시아와 호주에는 가뭄과 고온 현상이 나타났고 반대로 서쪽인 동아프리카에는 많은 비가 내리게 됐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아프리카 동부지역과 예멘 등 중동 남부지역, 그리고 인도와 파키스탄은 메뚜기가 엄청난 번식을 시작하면서 70년 만의 대재앙을 입었다. 세계식량기구는 지난 3일 발표한 리포트에서 "지금까지 4,000억마리의 메뚜기를 제거했지만 2세대와 3세대 메뚜기떼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면서 각국에 지속적인 방제를 당부하고 있다.

호주 이스트 깁스랜드에서 1월 2일(현지시간) 산불로 발생한 거대한 연기기둥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이스트 깁스랜드=AP뉴시스

호주 이스트 깁스랜드에서 1월 2일(현지시간) 산불로 발생한 거대한 연기기둥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이스트 깁스랜드=AP뉴시스

북극권에서는 호주보다 더 심각한 산불이 발생했다. 시베리아를 중심으로 5월부터 시작한 대형 산불이 진화되지 못하고 점점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악이라고 불렸던 2019년의 피해면적을 넘어섰다. 북극권의 산불도 이상고온이 주요인이었다. 세계기상기구(WMO)의 7월 말 보고서에 따르면 시베리아의 기온은 1월부터 6월까지 평균보다 5℃ 이상 높았고 6월에는 평균보다 무려 10℃ 이상 높았다.

이러한 북극권의 이상고온 현상은 왜 일어난 것일까. 페테리 타알라스 WMO 사무총장은 "북극은 기후변화로 지구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가열되고 있고 이는 지역 인구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후분석 연구단체인 세계기후특성(WWA)은 최근 연구 보고서에서 "시베리아 폭염과 북극의 역대 최고 기온은 인류가 초래한 기후변화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북극권 이상고온 역시 지구온난화라는 기후변화에서 기인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인도양 다이폴 현상. 인도양 동서쪽 해수면차가 커지는 현상으로 동쪽인 동남아시아와 호주에는 가뭄과 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서쪽인 동아프리카 일대에는 많은 비가 내려 메뚜기 떼가 창궐하는 결과를 낳았다. 반기성 제공

인도양 다이폴 현상. 인도양 동서쪽 해수면차가 커지는 현상으로 동쪽인 동남아시아와 호주에는 가뭄과 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서쪽인 동아프리카 일대에는 많은 비가 내려 메뚜기 떼가 창궐하는 결과를 낳았다. 반기성 제공


기상재앙 갈수록 심해진다

올해 발생한 대규모 기상재해들은 그 지역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 발생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동아시아의 호우는 북극권의 고온현상, 호주의 폭염과 산불, 그리고 메뚜기떼 창궐은 인도양 다이폴의 영향이다. 이 같은 기후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바로 지구온난화다. 지구가 점점 더워진다는 것이다.

지구는 왜 점점 더워지는 것일까.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의 에너지로 살아간다. 온도가 높은 태양에서 들어오는 가시광선은 단파장으로 대기에서 흡수되지 않고 거의 지표면에 도달한다. 그러나 온도가 낮은 지표면에서 복사되는 장파장인 적외선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에 상당히 많은 양이 흡수된다. 대기가 외기로 빠져나가는 적외선을 흡수하기 때문에 지구의 온도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 효과를 온실효과라고 부른다. 그리고 온실효과를 가져오는 물질인 이산화탄소나 메탄 등을 온실가스라고 부른다. 대기 중에 온실가스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지구온난화는 심각해진다.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질수록 기상재앙은 점점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한다. 다시 말해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는 한 홍수는 더 심하게, 폭염은 더 강하게, 산불은 더 넓게 발생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미국은 2018년과 2019년 슈퍼 태풍과 대형 산불, 북극한파 내습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미국의 ‘국가기후평가보고서’는 금세기 말 미국이 매년 자연재해로 600조원 이상의 피해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미 하원이 주도하여 2019년 2월 그린뉴딜 결의안을 채택했다. 10년 내에 미국의 전기에너지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등 6개 내용은 극히 파격적이었다. 지구온난화를 가져오는 온실가스를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려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탄소를 줄이는 그린뉴딜을 중점 과제로 삼으려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지금보다는 더 혁명적인 그린뉴딜로 나갔으면 한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 연세대에서 기상학을 전공한 뒤 모교에서 대기과학을 강의했다. 현재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으로 재직하며 대통령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위원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인간이 만든 재앙, 기후변화와 환경의 역습' '기후와 환경 토크토크' 등 25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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