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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조국 서울대 교수의 ‘문재인 대통령 탄핵 음모론’은 역풍을 부르는 주문이었을까. 그는 "지난해 검찰 수뇌부가 4·15 총선에서 여당 패배를 예상하고 (대통령 탄핵) 노선을 설정했으며,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공소장에 문 대통령을 35회나 적시해 탄핵 밑자락을 깔았다"고 주장했다. 당장 ‘김어준급 음모론’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탄핵을 무슨 검찰이 하나”라며 "채널A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정권이 위기의식을 고취시켜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 탄핵은 국회가 소추하고 헌법재판소가 심판하는 게 사실이나,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긴 했다. 국민 여론이 대통령 하야와 탄핵 사이에서 엇갈리고 국회는 눈치만 보며 머뭇거리던 2016년 11월 20일 검찰은 최순실씨를 기소하며 박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더구나 공소장을 전격 공개해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뚜렷해진 탄핵 외침에 국회는 12월 3일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공소장 내용을 언급했다. 검찰이 중대 변곡점을 제공한 셈이다.
□ 탄핵심판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함의를 띤다. 검찰의 대형사건 수사 역시 마찬가지다. 탄핵이란 파면 절차이고, 헌재는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만을 그 사유로 인정한다. 그래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는 기각됐고 오히려 역풍이 불어 열린우리당 총선 압승을 가져왔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은 초유의 파면과 보수진영 궤멸이라는 결과를 맞았다. 헌재가 인용한 탄핵 사유는 한 가지, 최씨 국정 개입을 허용하고 은폐함으로써 대의 민주주의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점이었다.
□ 지금 대통령 탄핵이 실현되리라는 생각은 조 교수도 하지 않을 것이다. 총선에서 통합당이 승리했어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정치 검찰’의 행태를 지적하려는 게 조 교수의 요점이었을 것이다. 지지층의 위기의식을 자극할 의도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그가 철 지난 기사까지 공유해 가며 검찰의 탄핵 음모를 강조할수록 지지층 아닌 국민은 ‘그렇게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 심각한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탄핵 음모론’은 이중적 메시지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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