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두고 당정이 확연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일단 기획재정부는 10조원을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세금으로 8,000억 원(발행 규모 8%)이 소요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20조원을 ‘최소한의 목표’로 상정하고 있다. 30조원 발행 필요성도 제기한다. 지역경제 활성화, 균등발전 및 세금의 효과성 등을 두고 상대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발행액을 확정하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10일 청와대, 정부, 민주당 등에 따르면 민주당과 기획재정부는 2021년 본예산으로 지역화폐를 얼마나 지원할지를 두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지역화폐 발행액의 8%에 해당하는 금액이 국비로 지원되므로, 발행액에 비례해 세출 규모도 커지는 구조다. 취재 결과 당정은 “올해보다는 늘리자”고만 합의했을 뿐, 구체적 숫자에선 상당한 차이가 난다. 올해 총액은 9조원이었다.
기재부는 ‘10조원 발행, 8% 국비 지원’을 말하고 있다. 이 경우 8,000억원의 국비가 투입된다. 당초 ‘10조원 발행, 4% 국비 지원’, 즉 4,000억원 지급을 제시했으나 지역화폐를 관할하는 행정안전부 의견에 따라 비율을 상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은 ‘20조원 발행, 8% 국비 지원’을 기재부에 요구하고 있다. 기재부 안의 2배 규모다. 박홍근 예산결산특위 민주당 간사는 “1조6,000억원을 전국에 균등하게 분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숫자는 청와대와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룬 듯하다. 그러나 이는 최소치에 불과하다.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2조4,000억원(30조원의 8%)만 투입하면 30조원의 재정확장 정책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단 20조~30조원을 주장하는 당의 목소리가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화폐 확대를 ‘시그니처 사업’으로 상정하고 있는 민주당이 기재부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두고도 당(전국민)과 기재부(소득하위 70%)는 갈등했으나 결국 당의 입장이 관철됐다. 지방자치단체의 수요를 조사한 결과 20조원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지역경제 활성화, 균등발전이란 명분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역화폐 사용이 지역소득의 역외유출을 줄이고, 지자체 간 돈의 쏠림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체 지역화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인천의 경우 지난해 5~8월 재정승수가 2.9를 기록했다고 인천연구원과 인천대는 발표한 바 있다. 재정승수란 정부지출 1단위당 소득 증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세원 확보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지역화폐를 받기 위해 사업자등록을 원하는 미등록업체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기재부 입장에선 행안부가 요구한 10조원도 충분히 큰 규모다. 올해 발행 규모인 9조원 중 당초 예산에서 편성했던 것은 3조원에 불과했고, 나머지 6조원은 코로나19 비상 사태 대응 과정에서 대폭 확대했다는 점에서다. 지자체가 맡아야 할 일을 국고로 해결하는 게 맞느냐는 의문도 기재부 내에 없지 않다.
현재로선 당정이 크게 각을 세우고 있지는 않다. 재정 지출에 대한 철학과 시각의 차이로 이견을 보이는 정도다. 다만 숫자가 쉽사리 좁혀지지 않는다면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민주당은 내년 본예산에 지역사랑상품권을 대폭 확대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한 드라이브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여권 관계자는 “올해 발행 규모보다 1조원 늘리는 정부안을 당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당정은 이달 중순 관련 협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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