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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법관 후보에 '국보법 위반 1호 법관' 이흥구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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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법관 후보에 '국보법 위반 1호 법관' 이흥구 판사

입력
2020.08.10 16:4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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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문 대통령에게 신임 대법관 임명제청
27년간 부산지역 주로 근무... "진보적 판결" 평가
대법원 "사회적 약자ㆍ소수자 보호 신념 확고"


권순일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된 이흥구 부산고법 부장판사

권순일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된 이흥구 부산고법 부장판사

차기 대법관 후보자로 이흥구(57ㆍ사법연수원 22기)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최종 결정됐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옥고를 치르고도 판사에 임용된 첫 법관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임기 만료로 다음달 8일 퇴임을 앞둔 권순일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후보로 추천받은 3명 가운데 이 부장판사를 선정해 1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했다. 문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임명 제청을 받아들여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조만간 인사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부장판사는 1990년 사법고시 합격 당시, 국보법 위반 사범으로는 처음 사법시험에 합격해 화제가 됐다. 서울대 재학 시절인 85년 ‘민주화추진위원회(민추위) 사건’에 연루된 그는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유인물 ‘깃발’을 배포해 북한 체제에 대한 선전ㆍ선동을 했다는 혐의였다. 당시 재판부의 주심 판사는 공교롭게도 이번에 퇴임하는 권 대법관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추위 사건에 대한 당시 치안본부의 무리한 수사는 서울대 3학년생이던 박종철씨의 고문치사라는 비극을 낳았고, 이는 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훗날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민추위를 이적단체로 규정한 데 대해 “자의적인 판단이며, 당시 관련자들의 자백도 신뢰하기 어렵다”고 발표했다.

이 부장판사는 이 사건 2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풀려나긴 했으나, 유죄 확정만큼은 피하지 못했다. 대학 졸업 이듬해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93년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로 임관해 ‘국보법 위반 1호 법관’이 됐다. 이후 약 27년간 대부분 부산 지역에서 근무해 왔다.

법조계에서는 이 부장판사에 대해 ‘진보적 판결을 내려 왔다’는 평가가 많다. 95년 김일성 북한 국가주석의 전기를 판매한 인물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국보법의 이적 표현물 범주를 확대 적용할 경우, 표현의 자유라는 본질적 자유가 침해될 위험성이 있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2014년에는 한국전쟁 당시 마산 지역 보도연맹 사건으로 군사재판을 거쳐 사형을 당한 희생자들의 유족이 낸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기도 했다. 보도연맹 사건과 관련한 첫 재심 개시 결정이었다.

대법원은 이 부장판사에 대해 “사법부 독립, 국민의 기본권 보장,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대한 확고한 신념 등 대법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 자질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또 “오랜 기간 부산 지역에서 근무하며 충실하고 공정한 재판과 균형감 있는 판결을 내려, 법원 내부는 물론 지역 법조사회에서도 신망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관은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권 대법관이 퇴임하고 후임 대법관으로 이 부장판사가 임명되면, 대법원은 총 14명의 대법관(대법원장 포함) 중 11명이 문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대법관들로 채워지게 된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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