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허술한 안전 매뉴얼, 의암호 참사 불렀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허술한 안전 매뉴얼, 의암호 참사 불렀다"

입력
2020.08.10 17:12
6면
0 0

댐 방류 중 '선박 띄우면 안돼' 규정 없어
춘천시 대응도 구멍…"안전 매뉴얼 손봐야"

6일 오전 11시 30분쯤 강원 춘천시 서면 의암호에서 수초섬 고정작업 도중 보트와 행정선 등 3척이 전복된 가운데 떠내려온 수초섬이 의암댐 인근 신연교에 걸려 있다. 연합뉴스

6일 오전 11시 30분쯤 강원 춘천시 서면 의암호에서 수초섬 고정작업 도중 보트와 행정선 등 3척이 전복된 가운데 떠내려온 수초섬이 의암댐 인근 신연교에 걸려 있다. 연합뉴스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의 발단이 된 ‘수초섬 작업’ 경위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사고는 안일한 '탁상행정 매뉴얼'이 빚은 참사로 드러났다.

춘천시가 10일 공개한 '내수면 유ㆍ도선사고 현장조치 매뉴얼'에는 댐 방류 시 주변 공사를 중지하는 규정이 담기지 않았다. 댐이 방류에 들어가면 호수에 선박을 띄워선 안 된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그 어디에도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매뉴얼에는 표류와 침몰, 기름 유출 등의 사고 발생 관련 대응 지침만 있었다. 대부분 사후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대응 지침이다.

지난 6일 사고 당시 의암댐은 수문 14개 중 9개를 10여m 높이로 열고 초당 1만톤을 쏟아내고 있었다. "활짝 열린 수문은 집 한 채를 빨아들일 수 있을 만큼 위력이 강해 작업에 들어갈 상황이 아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러나 댐이 엄청난 양의 물을 방류하던 상황이었지만, 현장 매뉴얼에는 인공수초 고정 작업을 막을 규정이 없었다.

더구나 춘천시는 수초 작업을 의암댐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측에 알리지 않았다. 이번 참사가 관재(官災)라는 뼈아픈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난 컨트롤타워 또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강수력본부 관계자는 "수면관리와 점용 권한은 지자체(춘천시)에 있으나 작업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며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욱 강원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산사태 대응과 마찬가지로 댐 방류는 물론 수위 변동과 유입량을 감안, 단계별 경보를 띄워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시키는 방식으로 대응 체계를 손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쯤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로 실종된 춘천시 공무원 1명이 서면 등선폭포 인근 북한강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헬기를 저공비행 시켜 수면에 와류를 발생시킨 뒤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북한강 일대를 수색했다.

경찰은 실종자 가족들이 제출한 휴대폰과 차량 블랙박스를 분석하는 동시에 춘천시와 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인공 수초섬 작업에 나선 경위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실종자 가족 등은 어떤 방식으로든 작업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춘천시는 수초섬이 7월 30일부터 공사 중지 상황임을 들어 위험 속에서 관련 지시를 할 행정상의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실종자 가족들은 "진상규명 바랄 뿐 이재수 춘천시장 사퇴 원하지 않는다"며 언론에도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춘천= 박은성 기자
최두선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