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송재진 교수팀, 11년 간 장기 추적 결과
인공와우 및 청성뇌간이식 수술로 이명(耳鳴)이 호전되는 원인을 국내 의료진이 규명했다.
이명은 특정한 질환이 아니라 외부 소리가 없어도 귀에서 소음을 느끼는 주관적인 증상이다. 대개 느끼는 소리는 “삐”하는 고음이나 “윙”하는 잡음으로, 보통 난청이 근본 원인으로 작용해 중추신경계 이상을 일으킨다.
특히 한쪽 귀의 돌발성 난청은 청력이 소실됨에 따라 난청에 대한 대뇌의 잘못된 보상으로 이명이 생길 때가 많다. 심한 이명이 지속되면 우울감과 불안증세, 수면장애까지 이어지며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이러한 일측성 고도 난청 환자가 인공와우 혹은 청성뇌간이식 수술을 통해 청력을 개선하면 이명 증상이 개선될 수 있음은 기존 연구를 통해 많이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이명 증상이 호전되는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다.
이에 송재진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지난 9년 간 벨기에 앤트워프대 연구진과 함께 진행한 연구에서 인공와우 및 청성뇌간이식 수술로 이명이 개선되는 원인을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일측성 난청 및 심한 이명으로 인공와우 및 청성뇌간이식 수술을 받은 56세 벨기에 환자를 11년간 추적 관찰한 장기 연구로, 이명이 호전되는 메커니즘을 대뇌 수준에서 규명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2008년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이 환자는 와우(달팽이관)의 심한 골화(달팽이관 내부 공간이 염증으로 인해 골 조직으로 대체되는 현상)로 인해 전극을 일부만 삽입할 수 있었고, 수술 후 난청 및 이명의 호전되지 않자 2013년 청성뇌간이식을 추가로 시행했다.
그 후 5년간의 추적 관찰 결과,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음질의 정도는 보통 단계까지 크게 향상됐다. 이명 정도를 평가하는 수치등급 척도 항목에서도 8점(최고점)에서 4점으로 증상 정도가 50% 줄어 난청과 이명 모두 크게 호전됐음을 확인했다.
또한 그 원인을 규명하고자 청성뇌간이식 기기를 사용할 때와 사용하지 않을 때 대뇌 혈류를 양전자단층촬영(PET)을 통해 비교했다. 그 결과, 청각 기억을 담당하는 대뇌 부위인 측해마(parahippocampus)와 이명 증상을 중요한 감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현저성 네트워크(salience networkㆍ외부 환경으로부터 들어온 자극ㆍ통증에 대한 정보를 감지해 신체적 반응을 나타낼 만큼 중요한 것인지를 선별하는 신경망)의 대사가 기기를 사용할 때 크게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즉, 청력 손실 정도에 따라 이명의 주원인이 되는 측해마와 현저성 네트워크 부위를 청성뇌간이식 기기가 억제함으로써 이명이 호전되는 근거를 확인했다.
송재진 교수는 “인공와우나 청성뇌간이식 수술로 이명이 호전되는 메커니즘을 대뇌 수준에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의가 크다”며 “하지만 이러한 수술은 보존적인 상담 및 약물 치료를 우선 시행한 후 6개월 이상 큰 효과가 없고 증상이 아주 심할 때에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이과학&신경이과학(Otology&Neurot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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