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자체 개발? 중국산 단순 수입? 아리송한 바디프랜드 안마의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자체 개발? 중국산 단순 수입? 아리송한 바디프랜드 안마의자

입력
2020.08.11 04:30
수정
2020.08.13 20:06
14면
0 0

"국내 R&D센터 개발" 홍보한 첫 의료기기 안마의자?
수입업자 자격으로 들여온 중국제라는 사실 밝혀져?
"실제 개발했다면 품질책임 지는 제조업자 등록했어야"

바디프랜드 안마의자 '팬텀 메디컬' 제품 사진. 지난 6월 24일 바디프랜드는 이 제품을 공개하면서 자체 개발 기술로 목디스크 치료 등의 효과가 있는 정부 인증 의료기기로 소개했다. 롯데온 캡처

바디프랜드 안마의자 '팬텀 메디컬' 제품 사진. 지난 6월 24일 바디프랜드는 이 제품을 공개하면서 자체 개발 기술로 목디스크 치료 등의 효과가 있는 정부 인증 의료기기로 소개했다. 롯데온 캡처

바디프랜드가 '자체 개발한 정부 인증 의료기기'라고 홍보하고 있는 안마의자 신제품이 실제로는 중국산 수입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회사가 의료기기 제조업체가 아닌 수입업체 자격으로 이 제품을 유통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앞서 청소년용 안마의자를 팔면서 '키가 커진다'는 거짓광고를 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 제재를 받은 지 한 달도 안돼 석연찮은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장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출시된 바디프랜드 안마의자 '팬텀 메디컬'은 중국 안마의자 전문기업 롱타이(?泰)가 현지에서 제조한 제품으로, 바디프랜드는 지난 4월 식약처에 '의료기기 수입업' 등록을 한 뒤 해당 제품을 '수입의료기기'로 국내에 들여온 것으로 파악됐다. 목 디스크 및 퇴행성 협착증 치료, 근육통 완화 기능을 내세우는 이 제품은 560만~580만원(전자상거래 사이트 기준)에 판매되고 있다. 이 회사의 안마의자 제품이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건 처음이다.

중국 안마의자 업체 롱타이(?泰) 홈페이지(왼쪽)와 주력 상품으로 소개되고 있는 안마의자 제품 사진. 롱타이 홈페이지 캡처

중국 안마의자 업체 롱타이(?泰) 홈페이지(왼쪽)와 주력 상품으로 소개되고 있는 안마의자 제품 사진. 롱타이 홈페이지 캡처

바디프랜드는 지난 6월 24일 언론을 대상으로 개최한 팬텀 메디컬 공개 간담회에서 해당 제품이 장기간의 자체 연구 개발을 통해 탄생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유튜브에 공개된 제품 소개 영상에서도 전철진 바디프랜드 메디컬연구개발(R&D)센터 실장은 "센터에서 3년 동안의 연구개발 끝에 만들어진 제품"이라며 "바디프랜드 최초이자 우리나라 최초로 가정용 의료기기로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바디프랜드 '팬텀 메디컬'에 관한 필수표기정보 중 제조사가 '상하이 롱타이 헬스 테크놀로지'로 기재돼 있다. 롯데온 캡처

바디프랜드 '팬텀 메디컬'에 관한 필수표기정보 중 제조사가 '상하이 롱타이 헬스 테크놀로지'로 기재돼 있다. 롯데온 캡처


바디프랜드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4월 22일자로 '의료기기 수입업'으로 등록돼 있다. 식약처 홈페이지 캡처

바디프랜드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4월 22일자로 '의료기기 수입업'으로 등록돼 있다. 식약처 홈페이지 캡처

해외 수입품을 자체 개발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것에 대해 바디프랜드 측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가 기술적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롱타이가 그들의 사정에 맞게 제작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바디프랜드가 롱타이에 위탁생산을 맡긴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회사 측은 롱타이에 제공한 독자 기술이 무엇인지, 제품 설계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묻는 본보의 질의에 처음엔 명확히 답변하지 않다가 이후 "전동식 공기주입식 정형용 견인장치, 의료용 전자기 발생기 등 의학적 부분의 이론적 기초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체 기술로 개발 및 설계를 한 의료기기를 국내에서 판매할 경우 설령 외부에 생산을 위탁한 경우라도 식약처에 '의료기기 수입업'이 아닌 '의료기기 제조업'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게 당국과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행 규정상 위탁생산 업체가 아닌 제조의뢰 업체가 '제조원(製造元)'으로서 기기 품질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기 이상으로 이용자가 다쳤다면 제조원이 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식약처 의료기기안전국 관계자는 "해외업체에 원하는 디자인과 제작방식을 전달해 제품을 만들도록 했다면 의뢰자가 법적 책임자로서 제조업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와 달리 해외업체 제조에 관여하지 않은 채 제품을 수입했다면 수입업 허가를 받으면 된다"라며 "생산공장이 해외에 있는 의료기기 회사라면 두 가지 인증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바디프랜드가 팬텀 메디컬 생산에 필요한 독자 기술을 제공하고도 수입업 등록을 했다면 법 위반 소지가, 실제로 단순 수입만 하고도 자체 개발을 강조한다면 과장된 홍보에 해당하는 셈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수입업을 한다고 등록해 놓고 제조에도 관여했다고 홍보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바디프랜드 측은 해당 제품이 중국산 수입품이란 정보를 고의로 은폐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는 사실을, 제조사와 생산국가를 밝혀야 하는 곳에 모두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적 책임 회피 의혹에 대해선 "수입업자로서 제품 사후 검수를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제품 문제 발생 시 당연히 배상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