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지간 사령탑'인 손혁(47) 키움 감독과 최원호(47) 한화 감독대행이 11일부터 고척스카이돔에서 시즌 첫 맞대결을 벌인다.
손 감독은 올 시즌 키움의 지휘봉을 잡았고, 한화 퓨처스 감독으로 부임했던 최 대행이 지난 6월 9일부터 감독대행으로 승격하면서 '친인척 사령탑' 간의 대결이 성사됐다. 손 감독과 최 대행은 사촌 동서다. 손 감독의 아내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한 한희원이고, 최 감독의 아내는 한희원의 사촌 동생 한희진으로 역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서 뛰었던 프로 골퍼 출신이다.
손 감독과 최 대행은 동서 지간이라는 인연 외에도 닮은 점이 많다. 우선 둘은 한국 야구의 황금 세대인 92학번이다. 박찬호, 임선동, 고(故) 조성민, 정민철 등 슈퍼스타가 즐비한 동기생들에 비하면 화려하진 않았지만 현역 시절 팀 내 주축 투수로 활약했던 경력이 있다. 공주고-고려대를 거쳐 1996년 LG에 입단한 손 감독은 1998년과 1999년 두 자릿수 승을 거뒀고, 인천고-단국대를 나온 최 대행은 현대 시절인 1998년 10승, 2005년 LG에서 13승을 올리며 토종 에이스로 활약했다.
둘 다 트레이드 경험도 있다. 공교롭게도 최 대행이 현대에서 LG로 이적한 2000년 손 감독은 LG에서 KIA로 옮겨 둘은 한 팀에서 뛰진 못했다. 홍원기 키움 수석코치와 정경배 한화 수석코치도 92학번으로 4명의 동기생 코칭스태프가 벌일 용병술 대결도 흥미롭다.
손 감독과 최 대행은 은퇴 후 '피칭 이론 전문가'로 이름을 더 알렸다. 손 감독은 미국 톰 하우스 피칭 아카데미에서 코칭 및 재활트레이닝 교육을 받고 저서도 집필했다. 2009년 한화에서 투수 인스트럭터로 지도자에 입문한 이후 히어로즈, SK 투수코치를 거쳐 키움 사령탑에 올랐다. 최 대행은 주로 그라운드 밖에서 방송 해설을 하고 박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공부하는 야구인'으로 명망을 쌓았다. 손 감독은 최 대행이 감독대행이 됐을 때 "최원호 감독대행과는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난 친구다. 아랫동서이지 않나. 어려운 시기에 힘내라고 했다"고 응원을 보냈다.
두 사령탑의 비슷한 리더십도 호평을 받고 있다. 손 감독은 선수들과 스킨십을 통해 좋은 전력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최 대행도 베테랑들과 교감을 통해 자칫 와해될 뻔했던 팀 분위기를 비교적 잘 추슬렀다는 평이다.
이렇게 둘의 공통점은 많지만 처한 입장은 전혀 다르다. 시즌 개막 전부터 우승후보로 꼽힌 키움은 승승장구하며 선두 NC를 위협하고 있는 반면 최 대행이 이끄는 한화는 팀 쇄신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최 대행은 "손 감독과는 특별한 사이지만 그라운드에선 서로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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