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욕심에 '만수' 찾아간 'FA 최대어'
“유재학 감독님에게 농구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올해 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였던 장재석(29)이 고양 오리온을 떠나 울산 현대모비스와 계약기간 5년 연봉 5억2,000만원에 도장을 찍은 뒤 한 말이다. FA 시장에서 복수 구단에 영입 제의를 받았지만 그가 더 좋은 조건을 마다하고 현대모비스를 택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프로농구 최고의 명장이자, 만가지 수를 지녔다고 해서 붙여진 ‘만수’ 유 감독의 존재다.
팀 훈련을 시작한 지 두 달여가 지난 7일 경기 용인시 현대모비스 연습체육관에서 본보와 만난 유 감독은 “쑥스럽게 그런 얘기를 왜 했는지 모르겠다”며 웃은 뒤 “보통 선수 본인이 (특정 팀을) 원하고, 구단도 원하면 결과도 좋다”고 미소 지었다.
장재석은 “처음엔 내 가치를 인정해주는 팀으로 가려 했지만 고민을 더 해보니 더욱 성장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감독님이 만들어놓은 현대모비스 시스템 안에 있으면 1~2년 안에 더 좋은 선수로 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유 감독과 장재석은 계약 뒷얘기도 들려줬다. 유 감독은 “원래 (장)재석에게 관심은 있었으나 샐러리캡 여유가 없어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연락이 와서 날 만나고 싶다고 해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전화 온 날은 선수 몇 명이 체육관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고 하니까 바로 다음날에 찾아와 그 자리에서 사인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장재석은 “전화를 드린 날 가려 했지만 전준범(현대모비스)이 훈련하고 있다고 해서 소문 날까 봐 다음날에 방문했다”며 “하지만 바로 그 자리에서 사무국장님이 계약서를 내밀 줄은 몰랐다”고 돌이켜봤다. 이어 “아내가 성급하게 계약하지 말라고 얘기했는데 그냥 사인을 하고 말았다”면서 “사실 아내는 유 감독님이 어떤 분인지 잘 모른다. 그래서 ‘지금 프로농구 최고의 감독님이자, 한번 배워보고 싶은 감독님’이라고 설명을 해줬다. 내가 배우고 싶은 농구를 허락해준 아내에게 고맙다”고 덧붙였다.
6월 한 달간 체력 및 재활 운동을 시작해 7월부터 공을 잡고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한 현대모비스는 최근 대학 팀들과 연습 경기를 하며 실전 감각을 키우고 있다. 두 달 가량 장재석을 자신의 제자로 지켜본 유 감독은 “성실하고 훈련 자세가 진지한 친구”라며 “야간에 선수들이 자율로 훈련을 하는데, 재석이는 느지막이 나와 혼자서 뛰고 간다”고 칭찬했다. ‘보여주기식 훈련’이 아니냐는 질문에 장재석은 “저녁 먹고 잠깐 눈을 붙이느라 늦게 시작하게 됐는데, 지금은 막히는 퇴근 길도 피하고 혼자 체육관에 있는 것도 좋아 계속 늦은 시간에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2013년 국가대표팀 시절 이후 7년 만에 장재석을 직접 지도하는 유 감독은 “공격할 때 하고 싶은 농구를 마음껏 펼치라”고 주문했다. 슈팅 자세를 잡아주던 유 감독은 “포스트에서 1대1 능력과 미들슛은 지난 시즌 많이 성장했다”며 “상대 팀 감독으로 봤을 때 경기 중 혼자 불안해 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그 키에 슛과 기술까지 있으니 불안감을 안 가져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재석은 “감독님의 ‘공격은 마음대로 하고 수비만 다듬어주겠다’는 말에 신뢰가 갔다”며 “KT 시절 전창진 감독님 밑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성장했고, 오리온 시절 추일승 감독님은 가슴에서 열정을 뽑아줬다. 이제 유 감독님의 현대모비스에선 좀 더 완성된 선수가 되겠다. 세부적으로는 손끝의 감각을 키우겠다. 감독님이 ‘내가 어떻게 하라고 해도 슛을 넣는 건 결국 너희들이다. 손끝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하셨다. 감독님 생각처럼 농구는 결국 골을 넣는 스포츠이며, 슛은 검지와 중지 두 마디에서 결정된다. 지금 손끝이 많이 부족하지만 (NBA 레전드) 래리 버드, 레지 밀러처럼 키우려고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유 감독은 “재석이를 모범 FA로 한번 만들어보겠다”면서 “올해 많은 FA가 새로 가세했는데 어떤 팀으로 변모할지 나도 궁금하다”고 기대를 걸었다. 장재석은 “우리는 밥을 같이 먹는 식구니까 좋은 성적(우승)을 낸 다음 가장 맛있는 곳에서 근사한 식사를 감독님과 선수단에 꼭 대접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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