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2차 종합계획에서 빠져
모든 기초생활보장 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정부는 10일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서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기준을 전면 폐지하되 의료급여에 대해선 '개선'을 약속했다.
정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을 심의ㆍ의결했다. 2차 종합계획은 2017년 수립된 1차 종합계획(2017~20년)에 이어 향후 3년간의 정책 방향과 추진과제를 담은 것으로 2021~23년에 적용된다.
2차 종합계획에서 정부는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내년에 노인과 한부모 가구를 대상으로 먼저 폐지하고, 이듬해에 그 외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확대한다. 이렇게 되면 부양의무자가 연소득 1억원 또는 부동산 9억원 초과 재산을 가진 고소득ㆍ고재산가만 아니라면 수급대상자가 가족 유무 등 때문에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사라진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본인의 재산이나 소득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기준에 부합해도 일정 수준 이상 재산이나 소득이 있는 가족(부양의무자)이 있으면 수급을 받지 못하게 한 장치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주요 급여 가운데 교육과 주거 부문에서는 각각 2015년과 18년에 이미 부양의무자기준이 사라졌다.
문제는 의료급여다. 정부는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 대신 '개선'하기로 했다. 2022년 1월부터 기초연금 수급 노인이 포함된 부양의무자 가구만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식이다. 또 23년까지 부양비와 수급권자 소득ㆍ재산 반영 기준을 개선해 19만9,000명이 추가 수급권자가 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다만 일부 위원들이 부양의무자기준 단계적 폐지 등도 반영해달라는 의견을 냄에 따라 '3차 종합계획 수립시까지 수급권자의 부양의무자기준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시민단체 등에서 3차 종합계획에 의료급여 부양의무자조건을 전면 혹은 단계적으로 폐지해달라 요구했다"며 "2차 종합계획 시행기간 동안 이 같은 내용을 미리 검토하고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도 정부의 이 같은 방향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경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복지 사각지대가 있음을 뻔히 알고도 눈 감은 게 아니냐"며 "기초의료보장제도를 완벽하게 하길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최현수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도 "의료급여는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제도가 목적에 맞게 나아갈 수 있도록 부양의무자기준 단계적 폐지 등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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