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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금리 낮추는 방법 알려줍니다"

입력
2020.08.10 08:11
수정
2020.08.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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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회]핀테크 스타트업 핀다의 박홍민 이혜민 공동대표

젊은 층인 밀레니얼과 Z세대를 통칭하는 MZ세대의 특징이 무엇일까. 디지털, 혼밥, 워라벨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경제적으로 접근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대출이다. 돈 많은 부모 밑에서 자란 금수저라면 상관없지만 대부분의 흙수저들은 학자금 대출, 전세 대출 등 청년 시절에 대출을 끼고 살아야 한다.

하지만 금융권의 대출 상품을 제대로 아는 청년들은 많지 않다. 학창 시절 한 번도 실용적인 금융 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대출 상품을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심지어 대출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드물다. 실제로 대출을 받아봐야 그때부터 하나씩 알게 된다. 그러나 대출을 받고 나서 유불리(有不利)를 따지면 이미 늦었다.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작권 한국일보]핀테크 스타트업인 핀다의 이혜민(왼쪽), 박홍민 공동대표는 금리를 낮추는 방법을 알려주는 앱 '핀다'를 만들었다. 정준희 인턴기자.

[저작권 한국일보]핀테크 스타트업인 핀다의 이혜민(왼쪽), 박홍민 공동대표는 금리를 낮추는 방법을 알려주는 앱 '핀다'를 만들었다. 정준희 인턴기자.


“금리, 비교하면 낮출 수 있다”

각종 대출 상품을 비교하는 금융정보(핀테크) 서비스 앱 ‘핀다’를 만든 신생기업(스타트업) 핀다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박홍민, 이혜민 공동대표가 2015년 창업한 이 업체는 2016년 ‘핀다’ 앱을 내놓았다. 이 대표는 “금리나 한도의 의미도 정확히 모르는 젊은이들에게 대출 문제를 제대로 풀어주고 싶었다”고 창업 동기를 밝혔다. 그는 “MZ세대의 부모들은 1997년 외환위기(IMF 사태)를 겪으면서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겪었고 연대보증에 대한 아픈 기억도 많다”며 “그래서 자식들에게 빚 많은 상대를 만나지 말라며 대출을 꺼려하는데 MZ 세대들은 학자금, 전세 대출 등 대출 없이 살 수 없는 세대”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젊은이들이 대출 상품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든 이유를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라고 본다. 금융권의 대출 상품이 워낙 많지만 이를 한 눈에 파악해 비교하기란 힘들다. 여기에 개인의 재무 상황에 따라 적용되는 내용도 계속 달라진다. 박 대표는 “대출 문제는 공부 잘해도 소용없다”며 “지금까지 대출을 잘 받으려면 발품을 많이 팔아 경험으로 터득해야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강조하는 금융 상품 잘 고르는 요령의 철칙이 있다. “대출 뿐 아니라 예ㆍ적금과 보험 등 금융상품을 잘 선택하려면 반드시 여러 상품을 비교해 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 대표의 아픈 사연도 들어 있다. 그는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계열사인 저축은행을 통해 대출을 받았다. 그런데 나중에 신용카드 발급을 신청했다가 거절을 당했다. 그는 “계열사여서 제2 금융권인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을 뿐인데 그것 때문에 신용등급이 떨어져 카드 발급이 되지 않았다”며 “대출은 그만큼 중요한 문제”라고 되짚었다.

이 대표는 비슷한 일을 또 한차례 겪었다. 결혼하고 나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려고 은행에 상담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했다. “퇴사하고 핀다 창업 전까지 10개월 가량 공백이 있었는데, 일을 하지 않으니 소득이 부족해 대출 상담을 할 수 없었다”며 “대출 정보조차 아예 얻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파보면서 대출을 제대로 알려주는 스타트업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저작권 한국일보]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핀다 사무실 입구에 회사의 방향성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핀다 사무실 입구에 회사의 방향성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금리 조회부터 대출까지 앱으로 6분에 완료”

핀다 앱은 한국씨티은행, BNK경남은행, KB저축은행, 스마트저축은행, 롯데카드 등 15개 금융사의 38개 대출 상품을 비교해 보여준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앱에서 회원 가입 후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개인 정보 접근에 동의하면 국민연금공단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재직 정보와 신용 정보 등을 가져온다. 이 정보를 핀다 앱에서 연동된 금융사에 대신 제출하고 대출 조건과 비교한다. 이후 가장 금리가 저렴하고 필요한 만큼의 한도를 제공할 수 있는 대출 상품을 제시한다. 이 과정이 1분 이내에 이뤄지기 때문에 결과를 바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앱에서 대출 신청까지 할 수 있다. 물론 핀다는 금융사가 아니기 때문에 최종 대출절차는 해당 금융사의 앱으로 연결된다. 박 대표는 “해당 금융사 앱에서 대출 약정 과정만 거치면 된다”며 “해당 금융사 앱에서는 처음으로 되돌아가 계좌 개설 과정을 밟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핀다가 대출 과정의 앞단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출 상품 조회에서 입금까지 6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4월까지 8분이 걸렸는데 이를 6분으로 줄였다”고 덧붙였다.

금융사와 신뢰가 쌓이면서 핀다를 위한 전용 우대금리까지 등장했다. 핀테크 스타트업으로서는 파격적인 우대 조치다. 이 대표는 “핀다 앱을 통해 씨티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직접 은행을 이용하는 것보다 0.5% 금리가 저렴하다”며 “광고 비용 등 마케팅에 필요한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대신 이를 낮은 금리로 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조회부터 대출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지다 보니 일일이 금융사들을 찾아 다니며 상품을 비교할 수 없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 이 대표는 “대출 경험이 없는 사회 초년생이나 금융사 방문이 어려운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강조했다.

핀다 앱을 이용하면 얻을 수 있는 또 한가지 중요한 혜택은 신용정보를 깎아먹지 않는 점이다. 박 대표는 “예를 들어 3군데 은행을 방문해 대출 상담을 받으면 3건의 조회건수가 발생한다”며 “일부 은행들은 이를 보고 대출을 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즉 같은 날 여러 금융사를 방문하면 신용정보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핀다 앱에서는 여러 군데 금융사의 대출상품을 비교해도 앱에서 1건으로 잡기 때문에 이용자의 신용 정보를 깎아먹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핀다 앱은 대출 관리도 해준다. 이용자가 대출 받은 상품을 다른 금융사들의 대출 상품과 비교해서 금리를 더 낮출 수 있다면 갈아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박 대표는 “신용정보사들을 통해 이용자의 대출 정보를 가져와 저금리의 다른 대출 상품이 있는지 비교해 알려준다”며 “별도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핀다의 이혜민(왼쪽), 박홍민 공동대표가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향후 사업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핀다의 이혜민(왼쪽), 박홍민 공동대표가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향후 사업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연동 금융사 늘리고 대출 상품 공동 개발할 것”

이 같은 장점 때문에 핀다 앱 이용자들은 날로 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대출을 받기 위해 핀다 앱을 찾는 사람들이 대폭 증가했다. 7일 기준 핀다의 누적 대출 조회건수는 20만6,000여건, 누적 대출 승인액수는 9조2,197억원이다. 이 대표는 “이용자가 매일 두 배씩 늘고 있다”며 “이용자가 대출을 받으면 은행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매출을 올린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도 “대출을 받은 이용자들이 감사 댓글을 많이 올린다”며 “얼마 전 핀다 앱 덕분에 대출을 갈아타서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는 댓글을 보고 일하는 보람을 느꼈다”고 소감을 털어 놓았다.

서비스를 처음 개시한 지난해 7월부터 1년 동안 이룬 성과다. 사람들에게 핀다를 알리는 홍보는 올해 1월부터 했다. 기존에 대출 중개인이나 금융기관만 광고 마케팅을 할 수 있었는데 핀다 같은 혁신 금융을 제공하는 핀테크도 올해부터 가능하게 됐다.

이용자들은 30대 여성들이 많고 평균 2,3개 대출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여성이 사회 생활을 좀 더 빨리 시작하기 때문에 대출이 많은 것 같다”며 “남성은 40대들이 대출을 많이 받는다”고 전했다.

이 대표와 박 대표는 투자자와 투자 대상자로 처음 만났다. 박 대표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헬스케어 스타트업 눔에서 일할 때 이 대표는 눔에 투자한 벤처투자업체 500스타트업의 어드바이저였다. 박 대표는 “이 대표와 사업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다가 의기투합해서 핀다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창업에 반대했다. 대출모집인 1사 전속주의 규정 때문이다. 1사 전속주의는 대출모집인이 금융사 1곳과 대출모집 업무를 위탁 계약하도록 만든 제도다. 즉 대출 모집인이 여러 금융사들과 위탁 계약을 맺고 대출 상품을 비교해 연결해 줄 수 없도록 한 규정이다. 대출 모집인이 여러 금융기관의 대출 상품을 다루면 수수료를 많이 주는 특정 금융사에 몰아 주는 등 장난을 쳐서 이용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행이 1사 전속주의는 지난해 샌드박스 규제 예외 대상에 포함돼 핀다가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올해 핀다의 목표는 앱에 연동되는 금융사를 늘리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제1금융권을 많이 늘리는 것이 관건”이라며 “대출 상품도 전세 대출, 사업자 대출 등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대출 중개 서비스는 올해 최소 20개에서 25개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금융 대출을 중개하는 서비스 분야에서 1위로 올라설 것으로 본다. 이 대표는 “이용 건수나 대출 실행 건수 등에서 지금 업계 2위”라며 “9월이 되면 1등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내다 봤다.

이를 위해 은행들과 다양한 대출 상품을 개발할 계획도 갖고 있다. 박 대표는 “은행과 윈윈하며 이용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은행도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끝으로 두 대표는 대출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점들을 조언했다. 이 대표는 “대출이 여러 곳에 분산돼 있다면 하나로 합치는 게 신용정보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신용카드 사용대금의 일부만 갚고 나머지는 다음달로 미루는 회전 결제제도인 리볼빙(일부결제금액 이월약정)은 고금리 악성 대출이나 마찬가지이니 절대 쓰면 안 된다”고 거들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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