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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일상까지 흔든다… '위챗' 제재로 격화하는 美中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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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일상까지 흔든다… '위챗' 제재로 격화하는 美中 갈등

입력
2020.08.10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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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챗은 중국인의 생활필수품... 이용자 11억명
아이폰 사용자, 중국 내 美 기업도 타격 적잖아
15일 경제고위급회담 앞둬 中 보복 일단 자제
美, 캐리 람 장관 등 제재... 홍콩으로 불똥 튀어

중국 베이징의 한 시장에서 8일 한 시민이 휴대폰에 내장된 위챗의 전자결제로 물건 값을 지불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의 한 시장에서 8일 한 시민이 휴대폰에 내장된 위챗의 전자결제로 물건 값을 지불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인의 필수 애플리케이션(앱) '위챗'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양국 갈등이 정부와 기업을 넘어 개개인의 삶까지 파고든 것이다. 다가올 혼란에 소비자의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대미 강경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거세게 반발하면서도 15일 미국과의 경제 고위급회담을 감안해 당장은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위챗은 중국인의 일상생활 그 자체... 공산당원 제재보다 충격 커

중국인 14억명 중 위챗 이용자는 11억명에 달한다. 전 세계 가입자는 페이스북(24억명)의 절반이 넘는 13억명에 육박한다. 중국에서 위챗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넘어 금융거래ㆍ전자결제ㆍ쇼핑ㆍ건강ㆍ교통 등 일상에 필요한 모든 것을 처리하는 '종합 온라인 플랫폼'이다. 가입자 수는 동영상서비스 틱톡(20억명)이 훨씬 많지만, 중국이 체감할 충격의 무게에선 비교가 안 된다.

이에 관찰자망 등 중국 매체들은 9일 "공산당이 중국 체제의 근간이라면 위챗은 중국인의 삶 자체"라며 "대중 강경 입장을 부각시키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후의 몸부림"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 공산당원과 가족 2억7,000만명의 입국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지난달 뉴욕타임스(NYT) 보도 당시 중국인들이 들끓었던 것보다 후폭풍이 훨씬 더할 것이란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뉴시스


중국 내 아이폰 사용자 된서리... 미국 기업들도 타격 불가피

트럼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서명한 행정명령은 미국 내 위챗 사용을 금지하고 모기업인 텐센트와의 거래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45일간의 유예기간을 뒀지만 중국에서는 벌써 동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 애플사의 아이폰 사용자들이 대표적이다. 위챗 앱을 내려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은 1,300만대로 1분기 대비 225%나 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을 회복했다. 시장 점유율은 9%로 줄곧 1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SNS 웨이보 조사 결과 80만명 중 "위챗이 없는 아이폰을 사용하느니 차라리 휴대폰을 바꾸겠다"는 응답자가 75만명(약 94%)이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중국에 진출한 다른 미국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나이키ㆍ월마트ㆍ스타벅스ㆍKFC 등은 별도 앱을 설치하는 불편을 없애고자 위챗에 내장된 미니프로그램 샤오청쉬(小程序)를 통해 고객을 유치해왔다. 텐센트보다 이들 미국 기업이 위챗 제재를 더 크게 우려하고 있는 이유다. 오히려 텐센트는 5,000명 추가 채용 계획을 발표하며 미국의 압박에 보란 듯이 맞서고 있다. 텐센트는 지난달 1,004개의 모바일 앱으로만 4억4,700만달러(약 5,312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중국 정부는 일단 보복 자제... 홍콩 둘러싼 미중 갈등은 고조

중국 외교부는 "자국 기업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익을 확고히 지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미 상무부가 아직 행정명령을 구체화하지 않은 터라 즉각적인 보복 조치는 자제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1월 무역협상 1단계 합의 이후 오는 15일 처음으로 열리는 미국과의 경제 고위급회담을 의식하는 듯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일단 경제분야 고위급회담 결과를 지켜보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군사와 외교를 넘어 온라인 공간으로까지 옮겨붙은 미중 갈등의 실질적인 발화점인 무역전쟁을 어떻게 일단락 짓느냐에 따라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재무부의 제재 명단에 포함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홍콩=AP 연합뉴스

미국 재무부의 제재 명단에 포함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홍콩=AP 연합뉴스


그 사이 홍콩을 둘러싼 갈등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미적대자 "미국에 즉각적인 타격을 입혀야 한다"며 홍콩 주재 미국총영사관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상당수 중국인들은 주중 미국대사관보다 훨씬 많은 수천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홍콩 총영사관을 대중 공격의 전초기지로 여기고 있다.

미국도 압박수위를 높였다. 미 재무부는 샤바오룽(夏寶龍) 국무원 홍콩ㆍ마카오사무판공실 주임과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 등 중국과 홍콩의 고위관리 11명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금융거래를 금지했다. 이에 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미국의 제재에 따르지 말라"고 관할 금융기관에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번 조치를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으로 확대할 경우 홍콩 금융계로 불똥이 튈 수 있어 금융기관들은 좌불안석이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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