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과 채권단이 설정한 아시아나항공의 계약종료 시점(11일)이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간 이들을 직접 만나기 거부해 온 HDC현대산업개발이 자세를 바꿔 금호산업의 대면 협상 제안을 수락했다.
"재실사 요구"와 "계약이행 촉구"로 꼬여있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될지, '노딜(거래 무산)'에 따른 계약금 반환 소송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대면협상 해도 ‘노딜’ 우려 여전
현산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양사 대표이사 간 재실사를 위한 대면 협상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협상 테이블에 나오라"는 그간 금호산업의 요구를 수용함과 동시에 대화의 격을 대표 급으로 높이자고 역제안한 것이다. 이에 금호산업 역시 “현산이 제안한 대표이사 간 대면 협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협상에 물꼬가 트이는 분위기다.
관건은 대표끼리 마주앉을 경우 절충점을 찾을 것이냐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인수협상(M&A) 무산 가능성은 여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날 현산 측은 “매도인의 선행조건 충족 의무가 여전히 이행되지 않았으므로 인수 종결을 위해서는 인수상황 재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재실사를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이미 7주간 엄밀한 실사를 한만큼 수용할 수 없다”고 일축하는 등 재실사 요구를 공식적으로 거부한 상태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2분기 깜짝 실적을 달성한 것이 긍정적 변수가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2018년 4분기 이후 내내 적자행진을 이어오던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2분기 화물운송 부문 매출증가에 힘입어 1,15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6분기만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무산시 계약금 2500억은 누구 차지?
만일 협상이 무산될 경우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현산 측에 거래 해지를 통보하고 아시아나항공을 일단 채권단 관리하에 두는 ‘플랜B’를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 측이 제시한 계약이행 기한(종료 시점)은 11일로, 이들은 12일부터 현산에 계약 무산을 통지할 수 있다.
노딜이 현실화하면 다음 수순은 현산이 선지급한 계약금(이행보증금)을 누가 갖느냐는 다툼이다. 앞서 현산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인수대금(2조5,000억원)의 10%(2,500억원)를 계약금으로 지불했다.
계약금 반환의 핵심은 인수 무산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현산 측이 (무산)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에 계약금 반환 소송은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지만, 현산은 금호산업이 확약한 선행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치열한 ‘네 탓 공방’을 펼치고 있어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시장에서는 과거 대우조선해양 이행보증금 반환소송을 주목한다. 한화그룹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을 6조3,002억원에 인수하기로 산업은행과 협약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무산되자 계약금 반환 소송전을 벌였다. 9년간의 소송 끝에 대법원은 2018년 1심과 2심을 뒤집고 산업은행에 계약금 3,150억원 중 1,260억원과 지연이자를 더해 지급하라고 결론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의 경우 당시 노조 방해로 실사가 무산됐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가 주된 이유인 지금과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면서 "다만 이번에도 귀책사유를 단정하기 어려운 만큼 양측의 법리다툼 역시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