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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개발실서 "향이 부족해" "너무 어린데?"… 와인 전쟁터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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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개발실서 "향이 부족해" "너무 어린데?"… 와인 전쟁터 가다

입력
2020.08.09 18: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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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들 코로나19 돌파 '와인 경쟁' 돌입
5000원 미만 초저가 경쟁 거쳐 품질 경쟁 진화?
롯데마트, 전문가 품평회 열고 제품 선정 나서
"소비자 원하는 맛과 가격으로 차별화"

7일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푸드이노베이션센터에서 정하봉(오른쪽 맨 앞) 소믈리에, 양윤주(오른쪽 앞에서 두 번째) 소믈리에 등 와인 전문가들이 올해 11월 판매될 롯데마트 와인 신상품 후보들에 대한 블라인드테스트에 참석해 시음하고 있다. 맹하경 기자

7일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푸드이노베이션센터에서 정하봉(오른쪽 맨 앞) 소믈리에, 양윤주(오른쪽 앞에서 두 번째) 소믈리에 등 와인 전문가들이 올해 11월 판매될 롯데마트 와인 신상품 후보들에 대한 블라인드테스트에 참석해 시음하고 있다. 맹하경 기자


"5번 칠레입니다. 2019년에 생산됐습니다. 1만5,000원 이하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7일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푸드이노베이션센터(FIC) 개발실. 생산국, 생산연도, 가격 안내만 들릴 뿐 적막이 흘렀다. 이곳에 모인 진지한 표정의 사람들은 때론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끄덕이면서 "왜 향이 없지?" "같은 2018년 산인데 6번은 나이가 들었고 7번은 아직 어려" 등 알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롯데마트가 연말 판매할 와인을 선정하기 위해 비공개로 진행한 와인 품평회 현장이었다. 정하봉ㆍ양윤주 소믈리에, 이병주ㆍ김선영 셰프 등 전문가 10명은 100여 잔의 와인잔이 올려진 테이블에 둘러앉아 롯데마트 직원이 까만 주머니로 외관을 가린 채 차례로 따라주는 와인을 오물오물 음미하고 있었다.

롯데마트가 와인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맞은 대형마트가 집중해야 할 품목이 바로 와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존 고객들이 대거 전자상거래(이커머스)로 이탈했지만, 주류는 인터넷 판매가 불가능해 마트가 고객을 매장으로 유입할 수 있는 품목이다. 그중에서도 와인은 대중화 초기 단계라 성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은 대규모 단위로 와이너리와 직접 계약해 단가를 낮춘 5,000원 미만 초저가 와인 경쟁에 한창이다. 인기 상품은 수십만~수백만 병의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이마트의 4,900원짜리 와인은 출시 1년 새 판매량 200만병을 돌파했고, 롯데마트가 6월 3,900원에 출시한 '레알 푸엔테'는 하루 평균 1만병 이상 속도로 초도물량 40만병을 소화하고 50만병을 추가 주문한 상태다. 롯데마트의 올해 와인 판매량(8월5일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35.4% 올랐다. 초저가 와인으로 초보자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가격 경쟁 위주였던 대형마트의 '와인 전쟁'은 이제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양상이다. '퍼스트펭귄(선구자)' 역할을 자임한 곳이 롯데마트다. 롯데마트는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높은 품질로 고정 고객층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 아래 전문가들과 와인 신상품 개발에 돌입했다.

7일 와인 품평회에서는 총 15병의 와인이 준비됐다. 칠레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 있는 와이너리에서 생산돼 오는 11월 출시될 신상품 후보군이다. 전문가들은 입에 와인을 담았다 뱉고 물로 헹군 뒤 다음 잔을 들어올리길 거듭하며 색깔, 향, 맛의 조화 및 여운 등 평가지 항목을 꼼꼼히 기재했다. 이번 1차 평가를 기반으로 롯데마트는 와이너리들과 상품 리뉴얼 조율을 거쳐 11월 점포에 진열할 상품을 최종 선정하게 된다.

롯데마트가 전문가 품평회까지 열어 와인 개발에 나선 건 입문자는 물론 충성도 높은 와인 애호 고객까지 사로잡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와인 진입장벽을 낮췄다면, 이젠 맛과 풍미를 중시하면서 합리적 가격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상품을 내놓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마트는 전 세계 4,500만명이 와인 120만여 종에 대한 평가 정보를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앱) 비비노와 단독 계약을 맺고 와인 매대에서 상품별 비비노 평가 정보도 제공하기로 했다.

7일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사무실에서 김웅 롯데마트 와인 MD(상품기획자)가 대형마트의 와인 판매 확대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맹하경 기자

7일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사무실에서 김웅 롯데마트 와인 MD(상품기획자)가 대형마트의 와인 판매 확대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맹하경 기자


김웅 롯데마트 와인 MD(상품기획자)는 "지금까지 와인은 수입사가 선택해 들여온 상품 중에서 골라야 하는 판매자 중심 시장이었다"며 "소비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국내 와인 가격은 현지보다 2배 비싼데 대형마트의 이점을 살려 와이너리와 직접 소통하면서 수입사 마진, 운송비 등을 최소화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맛을 찾는 작업에 주력할 것"이라며 "와인에 입문하면 새로운 와인을 찾게 되는 소비자 특성을 고려해 와인 신대륙들의 신상품을 활용한 다품종 전략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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