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많이 온 곳 아니다… 20년간 산사태 피해 큰 지역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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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많이 온 곳 아니다… 20년간 산사태 피해 큰 지역의 특징

입력
2020.08.10 04:30
수정
2020.08.1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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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19년  지역별 산사태 피해 실태 분석 
2003년, 비 가장 많이 왔지만 산사태 피해 세번째
전문가 "2002ㆍ2003년 세운 사방댐이 피해 줄여"

8일 오후 전남 곡성군 오산면 한 마을에 산사태로 주택과 마을에 토사가 뒤덮혀있다. 전날 발생한 산사태는 주택을 덮쳐 5명이 매몰돼 모두 숨졌다. 연합뉴스


127명.

2001년부터 2019년까지 전국에서 산사태로 사망한 사람들의 수입니다. 평균 매년 6.35명이 산사태로 인해 숨을 거뒀다는 얘기죠.

올해도 8일에는 제주도를 뺀 전국 16개 시도에 처음으로 산사태 위기경보 중 가장 높은 수준인 '심각' 단계가 발령됐습니다. 산사태 위기 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네 단계입니다. '심각' 단계가 내려진 것은 2011년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직후 산사태 위기경보 체계를 만든 뒤 처음입니다.

한국일보는 지난 20년 동안 산사태의 역사를 알아보기 위해 산림청ㆍ통계청ㆍ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 피해복구 계획서 등을 분석했습니다. 산사태는 언제, 어디서,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제대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20년 동안 산사태 피해 가장 컸던 곳… 강원ㆍ경남

올해도 그렇습니다만 무엇보다 비가 많이 내렸을 때 산사태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죠. 그래서 연도별ㆍ지역별 산사태 피해 면적을 강수량으로 나누어 피해를 수치화 했습니다. 그 결과 값은 0에서부터 60까지 다양했는데, 값이 3을 넘었을 경우를 따져봤습니다.

그 결과 20년 통틀어 피해가 가장 잦았던 곳은 경남(7회), 강원(6회), 경북 및 전북(5회) 등 순이었습니다. 20년 동안 피해 면적을 따져 봤을 때 가장 넓은 곳은 강원, 경남, 경북, 전북 등 순이었습니다. 강원과 경남 지역이 피해를 가장 크게 봤다는 얘기죠.

두 지역의 공통점은 집중 호우가 자주 일어나는 곳인데요.

경남 지역의 물폭탄은 수증기ㆍ지형ㆍ온도 등 삼박자의 결과입니다. 한반도 서쪽 저기압과 동쪽 고기압이 남해에서 유입된 고온다습한 수증기를 펌프처럼 빨아들였고, 장애물 없이 바다 위를 지나던 수증기는 남해안과 부딪히며 대량으로 쌓이는 것입니다. 여기에 상층의 찬 공기가 맞닿으며 폭우를 쏟아내는 것입니다.

강원 지역의 집중 호우는 대부분 태풍과 태백산맥의 합작품입니다. 태풍의 뜨거운 공기가 대륙고기압의 찬 공기와 정면으로 부딪치며 강릉 상공의 대기를 흔들어 엄청난 비구름대가 형성, 여기에 시계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태풍기류의 영향으로 강릉지역에 강한 동풍이 불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에 비 구름대가 태백산맥 쪽으로 밀리고 이 비구름대가 태백산맥과 충돌, 저항을 받아 동쪽 사면에 엄청난 비를 쏟아내는 것이죠.


2002년 35명ㆍ2011년 43명...20년 중 가장 큰 인명 피해

한편 20년 통틀어 산사태 때문에 유독 많은 희생자가 나온 해가 두 차례 있었습니다. 평소 3~9명 정도 숨졌던 반면 2002년에는 35명이, 2011년에는 43명이 산사태로 사망했습니다

2002년 8월 10일 오전 경남 김해시 주촌면 내삼리 내삼농공단지 인근 야산 절재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공장 건물이 폭격을 맞은 듯 구겨져 있다. 연합뉴스


2002년 8월 9일과 10일 영남에 쏟아진 폭우 속에 부산 기장군 실로암요양원에서 중증 지체장애인 4명이 숨졌습니다. 이 요양원은 경사 40도 산비탈에 자리잡아 착공 허가 신청이 3차례나 반려됐는데요. 하지만 행정심판에서 승소하자 요양원 측은 건물 신축을 강행, 무리하게 지반을 파내 절개지 경사가 60도로 더 가팔라졌습니다.

2002년 8월 12일 한국일보 지면. 자료조사=박서영 데이터분석가


근로자 1명이 실종되고 20여명이 흙더미 밑에 갇힌 경남 김해시 내삼농공단지 산사태도 경사 40도의 깎아지른 듯한 절개지 밑에 조성됐습니다. 심지어 사고 발생 3시간 전인 10일 오전 7시30분쯤 주촌면 사무소와 파출소 측이 절개지 부분에 토사 유출을 발견하고 시에 보고했지만 제대로 된 연락 체계가 갖춰져 있지 못해 대피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서 대형 사고로 이어졌죠.


2011년 7월 27일 우면산에서 흘러넘친 빗물이 마을 도로를 덮쳐 서울 양재동 형촌마을 도로에 주차돼 있던 차량이 집으로 쓸려 부서져 있다. 최흥수 기자


2011년 피해의 특징은 △서울과 경기지역에 집중됐다는 점 △면적에 비해 최대 사상자 수를 냈다는 점이에요. 이해는 전국 피해 면적은 824헥타르(ha)로, 2002년 2,705ha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인구 밀도가 높은 대도시 주택가 위주로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의 경우 사고 전날 시간당 113㎜의 폭우가 쏟아졌고, 1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당시 서초구는 산사태 주의보와 경보 발령은 물론 대피 방송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2011년 7월 30일 한국일보 지면. 자료조사=박서영 데이터분석가


비 오는 양과 산사태 피해 규모의 상관 관계는

어느 정도 관계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지만 비가 많이 온다고 무조건 산사태 피해가 커지는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산사태 피해가 가장 큰 곳은 강원, 경남이었지만, 비가 가장 많이 내린 곳은 제주(2만5,280㎜), 부산(2만9,401㎜), 경남(2만8,474㎜), 전남(2만6,813㎜) 등 순이었습니다.

20년간 지역별 전체 강수량과 산사태 피해면적. 그래프=박구원 기자


연도별로 봤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20년 동안 비가 가장 많이 내린 해는 2003년(1,879㎜), 2011년(1,647㎜), 2012년(1,542㎜), 2002년(1,486㎜) 등의 순이지만, 정작 강수량 대비 산사태 피해 면적이 컸던 해는 2002년, 2006년, 2003년, 2011년 순서였습니다.

특히 2002년과 2003년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데요. 비는 2003년이 더 많이 내렸지만 피해는 2002년이 더 컸죠. 그렇다면 무엇이 2002년, 2003년 두 해의 운명을 갈랐을까요.

전문가들 "산 중턱에 사방댐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사방(砂防) 댐을 주목합니다. 2003년에는 피해가 컸던 2002년의 아픔을 교훈 삼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열심히 사방댐을 설치했습니다. 당시 상황은 국립산림과학원이 발표한 '2002 태풍 루사에 의한 산지재해 원인과 복구대책' 보고서에 잘 나오는데요. 루사의 복구방안 및 대책 제시와 관련, "사방댐 등 사방사업을 실시한 지역에서 피해가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재해위험 지역의 재해 예방을 위해 사방사업의 확대 실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울릉도 도동의 사방댐의 모습. 경상북도 홈페이지 캡처


사방댐은 산사태 방지를 위해 토사, 토석, 유목의 유출을 억제하고 토석류의 흐름을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이를 통해 하류 지역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죠.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사방댐은 짧은 시간에 가장 효율적으로 산사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나무 심기도 있지만 이는 나무 뿌리가 땅에서 자라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전 교수도 2011년 당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산밑 주택가에서 배수 시설을 충분히 갖춰 놓아도 위에서 토사가 내려와 배수로를 막아버리면 소용이 없다"며 "돌이나 나무가 걸릴 수 있도록 산 중턱에 사방댐을 만드는 등 산 위쪽부터 산사태 피해를 줄일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2011년 7월 30일 한국일보 지면. 자료조사=박서영 데이터분석가


실제로 이듬해인 2003년, 강원은 70개(전년도 29개), 충북 22개(전년도 29개), 전북 14개(전년도 19개), 전남 11개(전년도 21개), 경북 66개(전년도 22개), 경남 24개(전년도 20개)의 사방댐을 증설했습니다.

2006년은 태풍 '에위니아' 등으로 강수량 대비 산사태 피해 면적이 최근 20년 중 두 번째로 컸는데요. 그런데 비는 2006년(1,412㎜) 이듬해인 2007년(1,425㎜)에 더 많이 내렸어요. 그런데도 정작 강수량 대비 산사태 피해 면적은 전년도에 비하면 24분의 1로 크게 줄었습니다.

이런 결과를 얻는데 사방댐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2007년에 경기 38개(전년도 23개), 강원 227개(전년도 28개), 경북 117개(전년도 47개), 경남 40개(전년도 26개) 등 전국적으로 사방댐이 증설됐습니다. 2006년에 196개였던 사방댐이 이듬해에 532개로 늘어난 것이죠.

땜질식 처리 되풀이하다 또 피해 키워

그런데 자료를 분석하던 중 이상한 흐름을 발견했습니다. 사방댐 설치 건수가 산사태 피해가 컸던 다음해에 갑자기 늘었다가 점점 줄어들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또 다시 큰 피해가 생기면 이듬해에 또 다시 늘어난다는 것이죠.

2002년, 2006년, 2011년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2002년과 2006년에는 피해값이 3을 넘은 곳이 전국 17개 시도 중 4곳이 나왔고, 2011년에는 43명이라는 최악의 산사태 사망자 수가 발생했습니다.

2002년에 큰 피해를 본 강원도는 그해 29개 설치에서 2003년에는 70개로, 2004년에는 90개로 늘었지만, 이듬해에는 3분의 1에 해당하는 35개로, 그 다음해에는 28개로 꾸준히 감소했습니다. 그러다가 산사태 피해가 컸던 2006년 이듬해인 2007년 또 다시 10배에 달하는 227개로 갑작스럽게 늘렸습니다. 이후 다시 75개(2008년)→103개(2009년)→113개(2010년)로 조금 느는 듯 하더니 104개(2011년)→84개(2012년)→93개(2013년)로 또 줄어듭니다.


최근 10년 동안 지역별 사방댐 설치 건수. 그래프=박서영 데이터분석가


서울의 경우 2011년 '우면산 산사태' 이전에는 사방댐을 아예 설치하지 않았다가 2012년 사상 처음으로 87개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후 37개(2013년)→26개(2014년)→23개(2015년)→20개(2016년)→7개(2017년)→1개(2018년)으로 계속 줄었습니다. 경북ㆍ경남과 경기ㆍ강원도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던 2012년과 2013년 이후 전년도 대비 사방댐 설치 개수가 증가했다가, 이후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네요.

최근 20년 동안 산사태 피해 면적 별 사방댐 설치건수. 그래프=박서영 데이터분석가


이에 각 지자체들이 피해가 컸을 때만 땜질 처방으로 사방댐을 늘렸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공 교수는 "산사태 취약 지역은 매년 늘어나지만, 사방댐 설치가 그 속도를 못 따라간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산림청에 따르면 2012년 390곳이던 산사태 취약 지역은 2017년 2만4,124곳으로 61배 증가했습니다. 반면 사방댐은 2012년 858개(전국 기준) 설치됐지만 2017년에는 738개로 오히려 줄어들었죠.

최근 10년 동안 사방사업 예산 변화 추이. 그래프=박서영 데이터분석가


예산 배정의 문제도 지적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실에 따르면 사방댐 설치 예산은 2015년 1,779억원에서 2018년 960억원으로 절반 가까운 819억원(46%)이 감소했고, 2019년 예산안에도 2018년보다 257억원이 줄어든 703억원만 반영됐습니다. 박 의원실은 "사방댐은 안전과 직결된 안전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임으로 산사태 방지수요에 부합하는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공 교수도 "효율적으로 산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곳에 예산을 사용해 산사태 피해를 줄이는 방안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손성원 기자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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