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지역에 7일부터 이틀간 최고 550㎜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제방 붕괴와 산사태, 침수, 토사 유출 등 피해가 속출했다. 국립ㆍ도립ㆍ군립공원 탐방로는 모두 통제됐다. 도내 전역에는 호우경보가 내려져 있어 추가 피해가 예상된다.
8일 전북도와 전주기상지청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내린 비의 양은 순창 풍산 545㎜, 진안 443.5㎜, 남원 428.1㎜, 전주 완산 339.5㎜, 장수 305.4㎜, 임실 301.9㎜, 익산 276㎜ 등을 기록했다.
현재까지 도내에서는 모두 196건의 비 피해가 났다. 도로와 상ㆍ하수도 등 공공시설이 165건이고, 주택과 농작물 등 사유시설 피해는 31건으로 집계됐다. 주택이 무너지거나 침수돼 이재민 344명도 발생했다.
이날 낮 12시50분쯤 남원에서는 금지면 귀석리 금곡교 인근 섬진강 제방이 무너졌다. 금지면 4개 마을 주민 300여명은 오전부터 섬진강 수위가 높아지자 금지면사무소 옆 문화누리센터로 대피했다. 제방 붕괴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으며, 주변 농경지와 마을의 70여 가구가 물에 잠긴 것으로 파악됐다.
강 하류에 있는 임실과 무주지역 마을도 물에 잠겼다. 마을 안에 있던 주민과 관광객 등 100여명이 고립됐다. 섬진강 지류인 남원과 임실, 순창 지역은 댐 방류와 집중호우로 지속해서 하천 수위가 오르고 있어 추가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날 오전 4시쯤 남원시 산동면 대상리에서는 산비탈 토사가 무너져 인근 마을 주민 60여명이 대피했다. 마을 입구 개울물이 불어나 접근이 어려운 탓에 정확한 인명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도로 유실도 이어졌다. 남원시 금지면 지방도 730호선 일부가 유실돼 통제 중이다. 전주시 태평동에서는 가로 0.5m, 세로 0.5m, 깊이 1m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7시30분쯤에는 순천∼완주고속도로 하행선 사매3터널 입구에 토사가 쏟아지면서 차량 통행이 차단됐다.
오전 10시45분쯤는 대전∼통영고속도로 하행선 덕유산톨게이트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차량 통행이 부분 통제되고 있다. 전주와 익산, 김제, 진안 지역 도로 14곳도 물에 잠겼으나 현재는 배수 조치를 마쳐 차량 통행이 재개됐다.
주택과 농경지 침수도 잇따랐다. 전날 오후 2시쯤 전주시 덕진구 한 주택이 잠겨 주민 2명이 인근 자녀 집으로 대피하는 등 주택 11동이 침수 피해를 봤다. 전주와 군산, 김제, 임실, 부안, 순창 지역 농경지 2,683㏊이 물에 잠겼다. 남원 산성길 선국사 대웅전 벽면 일부가 무너졌고, 임실 이도리 향교 담장이 부서지는 등 문화재 5건이 파손됐다.
하천 수위도 가파르게 올라 만경강 삼례교와 전주천 미산교에는 홍수경보가, 동진강 정우교 등에는 홍수주의보가 발효됐다. 지리산과 덕유산, 내장산 등 국립ㆍ도립ㆍ군립공원 탐방로는 모두 통제됐고, 지하차도와 다리 밑 도로(언더패스) 대부분도 차량 통행이 막혔다.
전북도 관계자는 "섬진강 제방 붕괴로 일대 주택이 물에 잠겨 추가 이재민 발생이 예상된다"며 "연일 내린 비로 지반이 약해진 구간이 많으므로 산사태와 토사 유출, 축대 붕괴 등 피해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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