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딛고 문을 연 KBO리그, 고교야구에 이어 대학야구도 지난 7월 1일부터 U리그에 한창이다. 전국 36개 팀이 참가해 6개 조로 나뉘어 리그를 벌이고 있다.
7일 서울 구의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선 강호 연세대와 접전 끝에 4-5로 패한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이하 문예대)에 시선이 쏠렸다. 2004년 창단한 문예대 야구부는 태생적으로 엘리트로 구성된 대학 야구팀 가운데 최약체 수준일 수밖에 없다. 문예대는 사이버 대학으로 수시 모집 없이 정시로만 입학생을 받는 학교다. 최대 6차례 수시 전형에서 모두 고배를 든 학생들이 야구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모인 곳이다. 올해 U리그에 합류한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이 창단하기 전까지 유일한 사이버 대학 야구팀이었다.
2005년부터 대학야구리그에 합류한 문예대 야구부는 2015년 4월 열린 전국대학야구 춘계리그전에서 예선 전승으로 8강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번 대회에서도 비록 예선 탈락(3승 1무 6패)했지만 단 15명의 선수단으로 똘똘 뭉쳐 한양대에 콜드게임 승(8-1)을 거뒀고, 이날도 연세대와 대등한 경기를 벌였다. 배현석 감독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하는 선수들을 보니 뭉클했다"며 제자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몇 해전까지 30명 이상을 유지하던 문예대의 선수단 규모는 올해 20명까지 줄었고, 그마저도 대회 직전 그 중 5명이 야구를 그만두면서 단 15명으로 대회를 꾸려나가야 했다. 배현석 감독은 "한 경기, 한 경기 치르기가 벅찼지만 성치 않은 몸으로도 끝까지 뛰어준 선수들 덕분에 무사히 대회를 마쳤다"고 돌아봤다
그 중 한 명이 2학년 외야수 고영재다. 톱타자 겸 좌익수를 맡고 있는 고영재는 무릎이 좋지 않았지만 출전을 강행하면서도 3할 타율로 팀 타선을 이끌었다. 배 감독은 "타격, 주루에 강한 어깨를 갖춰 수비도 뛰어난 선수다"라고 평가했다. 4학년 투수 도승현도 어려운 팀 사정상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매 경기 등판하는 투혼을 발휘했고, 또 다른 투수 박지승과 엄원진 박찬혁 임정우(이상 야수) 등 4학년이 주축이 돼 후배들을 이끌었다. 나머지 선수들도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대회를 완주했다.
사이버 대학의 특성상 어려움이 많다. 학교 운동장이 없다 보니 경기 가평의 대성리에 숙소를 두고, 퇴계원 한양대 야구장을 오가며 운동을 하고 있다. 배 감독은 "선수들이 입학할 때부터 가질 수밖에 없던 패배 의식을 지우는데 많은 신경을 썼고, 기능적으로는 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 기존 학교를 따라잡으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고관욱 후원회장은 "재단이나 동문 관계도 다른 학교들에 비해 미비해 학부모들이 십시일반 선수단 운영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짧은 역사와 취약한 저변에도 문예대는 프로야구 선수를 배출했다. 키움의 주전으로 성장한 허정협이 이 학교 출신이다. 김성훈(KT), 박준범(전 롯데)도 문예대를 거쳤다. 배 감독은 "내년부터 학교에서 선수 수급과 선수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장학 제도 신설을 추진 중이다"라면서 "프로야구 선수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열정을 불사르는 선수들이 꼭 선배들에 이어 지명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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