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48세 남성이 잠자는 동안 잠깐씩 숨을 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아내의 권유로 외래를 찾아왔다. 이 남성은 잠을 잘 때 10초 이상 숨을 멈추었다가 다시 쉬는 현상이 여러 차례 반복되었고, 올해 들어 몸무게까지 늘어나면서 이런 증상이 더 잦아지고 있다고 하였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자는 동안에 숨을 쉬는 것을 멈추는 증상이다. 폐쇄형, 중추형, 혼합형 등 세 가지 형태로 구분되는데, 가장 흔한 유형은 폐쇄형이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기도 주위 근육의 지방 침착, 비정상적인 혀의 비대, 목젖과 편도의 비대, 구강 내 구조 이상 등에 의해 코와 입에서 폐로 이어지는 상기도가 간헐적으로 막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중추성 수면무호흡증은 기도 등 호흡기 이상은 없지만 잠을 잘 때 호흡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조절하는 뇌의 호흡 중추가 불안정해서 나타난다.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은 잠을 자다가 여러 번 숨을 멈추고, 코를 골며, 숨이 막혀 갑자기 잠에서 깬다. 낮에 심하게 졸리고 집중이 잘 되지 않으며, 아침에 두통이 있고, 우울감이 나타난다. 또한 혈압이 상승하고 밤에 진땀을 흘리는 일도 흔하다.
수면무호흡증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지만 발생 위험을 높이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은 대부분 비만이다. 비만으로 인해 상기도 주위에 지방이 축적되어 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흔히 나타나고, 당뇨병 고혈압 천식 등이 있거나 흡연을 하고 있다면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편도나 아데노이드가 크거나 만성적인 비충혈이 있어도 수면무호흡증이 있을 확률이 높다.
수면 중에 습관적으로 코를 골고, 충분히 자는데도 피곤하며 기억력과 집중력이 저하되고 아침에 두통이 생긴다면 수면무호흡증 여부를 알아보는 것이 좋다. 잠을 자다가 10초 이상 숨을 멈추는 현상이 1시간에 5번 이상 생긴다면 수면무호흡증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병ㆍ의원에서 진찰과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병ㆍ의원에서는 비만도를 측정하고, 비강 구강 인두 후두를 진찰하게 된다. 아울러 병원에서 하룻밤을 자면서 호흡 맥박 움직임 코골이 혈중산소포화도 뇌파 등을 측정하는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하여 수면무호흡증을 진단한다.
수면무호흡증의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다양하고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낮에 피곤하고 졸리며, 아침에 두통이 심해 기억력이 떨어지고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게 되며, 운전할 때 사고가 날 위험이 높아진다. 수면무호흡증은 혈중 산소농도를 낮추므로 혈압이 상승하고 심근경색 뇌졸중 부정맥 등 심뇌혈관질환과 돌연사 위험을 높인다. 수술을 받으면 호흡 문제가 악화되고 수술 후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지기도 한다.
수면무호흡증은 해부학적인 구조와 수면다원검사 결과, 치료법에 대한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하게 된다. 수면무호흡증의 표준 치료법은 지속성 양압호흡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자는 동안 지속성 양압호흡기와 연결된 마스크를 착용하면, 압력이 높은 공기가 밤에 기도를 열린 상태로 유지시켜 준다. 필요하면 구강 내 장치를 사용하거나 수술할 수 있으며, 비만인 사람은 체중 조절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심근경색 뇌졸중 우울병 등 심각한 합병질환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나 돌연사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수면무호흡증이 있다면 반드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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